본문 바로가기

송파신문 연재30

흐미, 초원의 노래 / 최은희 흐미, 초원의 노래 초원에 터를 잡은 바람의 아들딸이 목울대에 깊이 박힌 심연深淵의 소리 뽑아 대륙에 아침을 연다, 제국의 그날처럼 나직하되 굵은 목청 말발굽을 일으키며 갓난아기 살찌우는 유르트 속 자장가 청청한 하늘 소리에 범접 못할 땅 울림 달려도 지치지 않는 지상의 모든 것들 시나브로 흐려지는 몽고반점 다독이며 또 한 번 사자후 토할 칭기즈칸 부른다. * 흐미 - 몽골의 전통 음악인 가창 예술. 유네스코 무형문화재. * 유르트 - 유목민의 원형 천막집. 몽고의 푸른 초원이 생각나는 계절이다 . 정신없이, 야릇한 봄을 보내고 맞은 여름이다. 중국과 일본은 장마로 몸살을 앓고 있다. 우리나라는 가능하면 피해 없이 잘 지나가면 좋겠다. 푸른 초원에서 말을 타고 마음껏 달리며 답답한 마음을 풀어내고 싶은 .. 2020. 8. 16.
들었다 / 김민정 들었다 물소리를 읽겠다고 물가에 앉았다가 물소리를 쓰겠다고 절벽 아래 귀를 열고 사무쳐 와글거리는 내 소리만 들었다 I Heard Hoping to read the water sounds, I sat down by the water. Hoping to write the water sounds, I listened up under the cliff. However, what I just heard there was my loud cry in sorrow. - 시조집, 『함께 가는 길』에서 얼마 전 시조집을 두 권 내었다 . 한 권은 일반시조집인 『창과 창 사이』이고, 또 한 권은 수석시조집인 『함께 가는 길 Going Together』이다. 교정을 보아야 했기 때문에 먼저 『창과 창 사이』를 내고, 그 다.. 2020. 8. 16.
명중 시켜라 / 김홍일 명중 시켜라 화살이 되어라 바람을 일으키며 과녁 한가운데를 꿰뚫는 우레 같은 갈채가 되어라 삶은 이미 시위 떠난 팽팽한 가속도, 절정을 치달리는 긴박감으로 더욱 향기로운 음악이다 현을 당겨라 터질 듯 아름다운 음률 속으로 네 모든 춤을 던져라 먹이 쫓는 맹수의 눈빛처럼 바람 앞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 부동의 무게가 되어라 우리의 삶은 이미 태어나면서 목표점을 향해 날아가는 화살인지도 모른다 . 활시위를 떠난 화살, 날아가 목표점에 꽂힐 일만 남은 것이다. 그런데 때로 우리는 삶의 목표를 잃고 허둥대기도 하고, 방향감각을 잃고 삶을 헤매기도 한다. 이 시에서는 삶의 목표를 향해, 삶의 절정을 향해 바람을 일으키며 가는 화살이야말로 아름답다고 보는 것이다. 또 그러한 목표를 위해 춤추듯 모든 열정을 쏟고, 목.. 2020. 8. 16.
메타세쿼이아 길에서 / 송태한 메타세쿼이아 길에서 그대의 발걸음은 어디쯤일까 혼잡한 시가에서 혹은 한가로운 교외에서 가슴 적시는 영화처럼 한 폭 수채화 빛깔을 띨까 나의 그림자는 얼마만 할까 햇살 따갑게 눈부시거나 궂은 비 퍼붓는 날 하루만이라도 그대에게 한 평 차양막 될 만할까 내일은 우리가 어느 얼굴로 남을까 고단한 하루의 퇴근길 땀 배인 언덕 가에서 어깨 맞대고 걸으며 등 기대어 숨 돌릴 메타세쿼이아 가로수만큼 창창할까 푸른 6월이다. 가로수로 메타세쿼이아가 있는 곳도 있다. 이 시를 읽으며 그 가로수 길을 생각한다. 아니 내가 사는 올림픽아파트에는 메타세쿼이아가 많이 있다. 키가 무지 큰 그 나무를 보면서 왜 굳이 이 나무를 이 곳에 심었을까 생각한 적도 있다. 그 메타세쿼이아 길에서 화자는 그대와 나, 그리고 우리를 생각한다.. 2020. 8.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