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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신문 연재30

입 속의 캐스터네츠 / 임영숙 입 속의 캐스터네츠 아버지의 틀니가 입속에서 움직이면 스물여덟 이빨은 고통의 캐스터네츠 직조된 윗니와 아랫니 음악은 살아있다 누대에 이어져온 저작의 노동으로 하나된 잇몸과 이빨은 말을 한다 달그락 살아있는 동안 씹고 또 씹어야지 음식을 거부하고 컵 속에 잠긴 시간 가만히 내려놓은 틀니를 바라볼 때 이제는 제 소명 다한 듯이 기포 피워 올린다 아버지의 틀니를 ‘입속의 캐스터네츠’라고 표현했다. 윗니와 아랫니가 달그락거리는 모습을 음악으로 표현한 것이 참신하다. 잇몸과 이빨은 하나 되어 있다. 그러면서 ‘살아있는 동안 씹고 또 씹어야지’라고 말을 한다. 그리고 셋째 수에 오면 틀니를 빼서 컵 속에 담가둔 모습을 보고 있다. 나이 드셔서 본 치아는 다 빠지고 틀니를 끼고 그것으로 식사를 하고 계신 아버지의 모.. 2020. 8. 16.
숲 마시기 / 손증호 숲 마시기 숲을 마셔보라, 숲의 호흡으로 날숨 크게 내쉬고 들숨 깊이 들이쉬며 배꼽에 숨길 닿도록 수-웊 마셔보라 해일처럼 부푸는 유월 중순 장한 기운 수-웊 마시다 보면 저절로 차고 올라 우리도 푸르디푸른 숲이 되지 않겠는가 유월의 숲은 푸르고 맑고 그윽하다 . 한창 푸른 나무들이 뿜어내는 피톤치드. 숲길을 걸으면 마음도 몸도 상쾌해진다. 숲길을 걸으면 숲의 숨결이 전해오고 나무들의 생기도 전해져 온다. 그것을 ‘배꼽에 숨길 닿도록 수-웊 마셔보라’고 화자는 권한다. 그 장한 기운을 마시다보면 우리도 나무처럼 숲처럼 ‘우리도 푸르디푸른 숲이 되지 않겠는가’라고 한다. 푸른 몸, 푸른 마음의 하루를 위해서라도 숲길을 걸어야겠다. 가까운 곳에 올림픽공원을 두고도 자주 산책을 하지 못하는 생활을 하고 있다... 2020. 8. 16.
길은 바람에도 있다 / 김귀례 길은 바람에도 있다 친구야 우리 지금 어느 길을 걸어왔나 너와 나 첫걸음이 몇 뼘 남짓하더니 이제와 헤아려보니 별과 별만 같구나 이 산에 꽃이 피고 저 산에 새가 울고 같은 하늘 아래 우리가 있건마는 그 무슨 사연이라고 바람길만 텄느냐 우리는 가고 있고 냇물 흘러 그냥 가고 모래알 반짝인다 제 홀로 쓸려 가듯 나 또한 세월을 간다 저기 저 구름 간다 우리는 그냥 잘 살고 있지만 옛 인연이랑 연락을 하며 사는 일은 날이 갈수록 힘든 것 같다 . 일상을 살다가 보면 쉽게 하루가 가고 친구를 생각하는 것조차 잊어버린다. 살아갈수록 친구들과의 차이는 별과 별 사이처럼 차이가 나고 멀어진다. 싫어서도 아니고, 미워서도 아니다. ‘같은 하늘 아래 우리가 있건마는’ 만나지도 못하고 소식도 못 전하고 세월만 흘러간다... 2020. 8. 16.
그러나 생일 / 이승은 그러나 생일 튜브로 흘러드는 미음 삼백 그램 세상의 늦저녁을 또 그렇게 건너신다 시늉만 입술에 남았다 숟가락 없는 식사 이미 부러진 죽지 입맛인들 남았을까 먼 곳에 눈을 얹고 부여잡은 이 하루도 눈물로 크렁크렁한, 설거지의 시간일 뿐 5월 8일 어버이날, 며칠 남지 않았다. 부모의 은혜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하는 날이다. 구태여 날을 정해 놓은 건, 없으면 살기 힘들면서도 공기나 물의 고마움을 모르듯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잊지 말고 한 번쯤이라도 생각하라고 만든 날일 것이다. 문득 아버지산소, 어머니산소에라도 다녀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며칠 전 아버지산소에 가려다가 시조집이 나오면 가야지 하고 미뤄 두었는데, 시조집이 나오면 곧 다녀와야겠다. 이 작품은 젊고 아름다웠던 젊은 날의 모습을 뒤로 하고, .. 2020. 8.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