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정의 송파문학의 향기>
숲 마시기 <손증호>
숲을 마셔보라, 숲의 호흡으로
날숨 크게 내쉬고
들숨 깊이 들이쉬며
배꼽에 숨길 닿도록 수-웊 마셔보라
해일처럼 부푸는 유월 중순 장한 기운
수-웊 마시다 보면 저절로 차고 올라
우리도 푸르디푸른 숲이 되지 않겠는가
유월의 숲은 푸르고 맑고 그윽하다 . 한창 푸른 나무들이 뿜어내는 피톤치드. 숲길을 걸으면 마음도 몸도 상쾌해진다. 숲길을 걸으면 숲의 숨결이 전해오고 나무들의 생기도 전해져 온다. 그것을 ‘배꼽에 숨길 닿도록 수-웊 마셔보라’고 화자는 권한다. 그 장한 기운을 마시다보면 우리도 나무처럼 숲처럼 ‘우리도 푸르디푸른 숲이 되지 않겠는가’라고 한다. 푸른 몸, 푸른 마음의 하루를 위해서라도 숲길을 걸어야겠다. 가까운 곳에 올림픽공원을 두고도 자주 산책을 하지 못하는 생활을 하고 있다. 올림픽아파트 바로 앞이 올림픽공원이건만 그곳을 한 바퀴 도는데 한 시간이면 족하건만, 그것조차 매일 하지 못하며 어리석게 살고 있다. 며칠 전 큰 딸과 함께 올림픽공원을 돌며 가보지 못했던 중간 길로 들어서니 향기로운 꽃들도 많았고, 마음은 한없이 상쾌했다. 오디가 까맣게 익어 있었고, 능금도 주렁주렁 달려 까치들이 즐기고 있는 모습도 보였다. 32년이 넘은 공원은 아름드리 나무들도 많고 정원은 아름답게 정리되어 있다. 서울시내에 이런 곳이 있다는 것이, 그리고 집 가까이에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이냐. 앞으로는 다른 일은 조금 제쳐놓더라도 자주 돌아봐야겠다. 장미공원에는 장미가 피어 한창 아름다운 유월이다. 약력: 손증호 시인은 2002년 《시조문학》신인상으로 등단했으며 이호우시조문학상 신인상, 부산시조작품상, 전영택문학상, 나래시조문학상 등 수상. 시조집 『침 발라 쓰는 시』, 『불쑥』, 현대시조 100인선집 『달빛의자』 등이 있다. 송파신문사(songpanews@naver.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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