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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신문 연재

봄의 꼬리 / 권혁모

by 시조시인 김민정 2020. 8. 16.
 
 
 
 

<김민정의 송파문학의 향기>

 

봄의 꼬리 <권혁모 >

 

꼬리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이냐

거꾸로 매달려 웃는 원숭이의 하루처럼

봄날도 꼬리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이냐

 

팝콘의 가면을 쓰고 달려 나온 요정들

저마다 물감이 되어 유혹을 뿌리지만

이 지상 굳은 결의가 심상치 않았다

 

그 봄은 빨간 하이힐 쇠못 소리로 다가와

슬픔을 오려내어 손가락에 끼워주더니

잔인한 이별의 순간이 목발로 가고 있다.

 

어느 새

4월이 가고 있다.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했던가. 415일 국회의원 총선이 있었고, 슬픔의 기억 416일도 지나고, 419일 기념일도 지나고 코로나19로 정신없는 4월이 끝나가고 있다. 세계가 아름다운 봄날을 찬양하거나 즐길 겨를도 없이 어느 새 진달래와 벚꽃도 피었다 지고, 잎새들은 무성해지고 있고 있다. 꼬리가 있다는 것, 끝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모르겠다.

우리나라 역사에서는 4.16, 4.19, 5.18 등 봄날의 아픈 기억이 많다. 그런데 그 아픔을 화자는 그 봄은 빨간 하이힐 쇠못 소리로 다가와/ 슬픔을 오려내어 손가락에 끼워주더니/ 잔인한 이별의 순간이 목발로 가고 있다.’고 한다. 많은 사람의 가슴에 상흔을 남겼지만, 언젠가는 가리라는 것을 기대해 본다. 4월이 꼬리를 자르며 사라지듯이

계절의 여왕 아름다운 5월이 다가오고 있다. 요즘 계속 10명 이내의 확진자가 나오면서 국내의 코로나19 종식의 날이 멀지 않았다는 또 다른 희망을 가져본다는 것은 불행 중 그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 모르겠다. 빨리 희망의 날이 오면 좋겠다.

권혁모 시조시인은 8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 중앙시조대상 신인상, 한국시조시인협회작품상, 한국꽃문학상 등 수상, 시집 오늘은 비요일, 한국문인협회 안동지부장 역임, 현재 한국문인협회 문인문학정보화위원장을 맡고 있다.

송파신문사(songpa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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