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정의 송파문학의 향기>
그러나 생일 <이승은>
튜브로 흘러드는 미음 삼백 그램
세상의 늦저녁을 또 그렇게 건너신다
시늉만 입술에 남았다 숟가락 없는 식사
이미 부러진 죽지 입맛인들 남았을까
먼 곳에 눈을 얹고 부여잡은 이 하루도
눈물로 크렁크렁한, 설거지의 시간일 뿐
5월 8일 어버이날, 며칠 남지 않았다. 부모의 은혜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하는 날이다. 구태여 날을 정해 놓은 건, 없으면 살기 힘들면서도 공기나 물의 고마움을 모르듯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잊지 말고 한 번쯤이라도 생각하라고 만든 날일 것이다. 문득 아버지산소, 어머니산소에라도 다녀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며칠 전 아버지산소에 가려다가 시조집이 나오면 가야지 하고 미뤄 두었는데, 시조집이 나오면 곧 다녀와야겠다. 이 작품은 젊고 아름다웠던 젊은 날의 모습을 뒤로 하고, 병상에 누워서 겨우 튜브로 미음을 흘려넣고 있는 상황을 바라보며 마음이 아픈 딸의 모습을 잘 드러내고 있다. 어머니의 생일날 “튜브로 흘러드는/ 미음 삼백 그램”이란 사실적인 표현을 통해 독자의 공감을 자아내며, “시늉만 입술에 남았다/ 숟가락 없는 식사”라는 사실적 표현으로 공감대를 형성한다. 첫째 수가 어머니의 현재 병상모습을 표현했다면, 둘째 수는 그것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기고 슬픔을 느끼는 딸의 모습이다. “눈물로 크렁크렁한 설거지의 시간일 뿐”이라는 표현 속에 슬픔이 묻어난다. 위의 시조는 이승은 시인이 등단 40주년 기념으로 발간한 어머니에 대한 헌정시조집 『어머니 윤정란』에 실린 시조이다. 어머니와 관련된 60편의 사모곡이 격정적인 감정의 언어가 아닌 담담한 언어로, 시인 특유의 섬세한 언어감각으로 형상화되어 있다. 이승은 시인은 1979년 문공부 KBS 주최<전국민족시대회>에서 장원하면서 등단했고, 시조집으로는 『얼음동백』, 『넬라판타지아』, 『꽃밥』, 『어머니 윤정란』외 5권, 시선집으로 『술패랭이꽃』이 있다. 송파신문사(songpanews@naver.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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