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신문 연재30 꽃섶에서 / 김민정(대전일보) [문학의 향기] 김민정 시인 2021-03-10 기사 편집 2021-03-10 17:21:35 박상원 기자 swjepark@daejonilbo.com 대전일보 > 문화 > 전체 꽃섶에서 김민정 움츠린 세상일들 이제야 불이 붙는, 견고한 물소리도 봄볕에 꺾여진다 하늘은 시치미 떼고 나 몰라라 앉은 날 산등성 머리맡을 가지런히 헤집으며 내밀한 향기 속을 계절이 오고 있다 느꺼이 꺼내서 닦는, 다 못 그린 풍경화 고요한 길목으로 아득히 길을 내며 봉오리 꿈이 한 채, 그 안에 내가 들면 소슬히 구름꽃 피우고 깨금발로 가는 봄날 전교생이 다 등교는 하지 않았지만, 두 개 학년이 나오고 아이들 웃음소리가 들리니 학교가 조금 살아있는 느낌이다. 남쪽에서 매화꽃이 핀다는 소식을 들은 지도 한참되었다. 2월 중순에는 .. 2021. 3. 31. 지하철에서 / 김영재 지하철에서 철들 일 없는데 철들었는지 몸 무겁네 빽빽한 지하철에서 두리번 빈자리 찾네 가물에 콩잎이 돋듯 자리 나면 덥석 앉네 민망스레 실눈 감고 지난날 새겨보네 걷고 서고 뛰고 걷고 급행열차도 타보았네 가는 곳 그 끝자락에 별다른 것 없었네 우리와 많이 친근한 지하철을 소재로 한 시조다 . 언제부터인가 나도 지하철을 타면 자리부터 찾는다. 나이 탓일까, 아니면 조금이라도 편하고 싶은 마음 탓인가. 이 시조를 읽으며 좋다고 느끼는 건 진솔함이다. 그래서 독자들에게 공감을 자아내는 것이다. 시나 시조를 미사어구로 치장한다고 좋은 시나 시조가 되는 것은 아니다. 독자에게 공감을 주는 것은 화자의 진솔함이다. 요즘은 환갑이 지나도 많은 나이가 아니고 늙은 나이도 아니다. 그만큼 노인인구가 많아지고, 또 육십을.. 2020. 8. 16. 남한산성 / 김윤숙 남한산성 빈틈없는 여장성벽 안개에 휩싸인다 가파른 붉은 흙길 애초에 잘못 들어 근본에 없던 무릎 통증 온몸이 저려온다 잠시 앉은 나무의자 선뜩 든 한기는 “흙냄새 속에서 살아가야 할 아득한 날들이*” 울음의 흔적 고이듯 오래된 그림자로 내려 아직은 이름 봄 뼛속까지 냉골인 서문에 이르는 진흙 속에 놓던 발바닥 젖은 잎 덜 마른 귀퉁이 끌리는 용포 자락 하늘에 고해야 할 간곡함 그 시각일까 순식간 드러난 초고층의 건물들 눈앞이 아득하였다, 어찌 가 이를 건가 *김훈의 소설 『남한산성』 김윤숙시인의 「남한산성」을 읽으면 병자호란과 인조가 생각난다. 이 작품의 화자는 힘들게 남한산성을 오르며 잠깐 쉬는 나무의자에서 ‘울음의 흔적 고이듯 오래된 그림자로 내’리는 남한산성을 보고 있다. 이곳으로 피난 왔던 조선의.. 2020. 8. 16. 물 구경 / 이재호 김민정의 송파문학의 향기 물 구경 빗물이 와글대며 오일장에 나왔다 거름 지고 장에 와 반짝이는 누런 이 구름 틈 여미는 햇살 찡긋 웃어 보이고 황토빛 두 주목을 불끈대며 앞선다 바람은 치달려도 오로지 아래로만 누워도 하늘을 품고 바다 꿈에 취하다 불어난 거랑 물에 둥둥 뜨는 망초꽃 낮별로 반짝이며 제 노래 들으란다 거랑도 강이 되는 날 종이배를 띄운다 한창 장마철이다 . 중국과 일본이 장마로 많은 이재민을 내며 고생을 하고 있고 그 가운데 있는 우리나라도 장맛비가 예외 없이 내리고 있다. 별 피해 없이 잘 지나가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자연은 우리 인간의 상상을 앞질러 가고 있는 것 같다. 북극의 빙하가 녹아 해수면이 높아지고 기류의 변동도 심하여 많은 비가 쏟아지고 있다. 노아의 홍수를 생각나게 할.. 2020. 8. 16. 이전 1 2 3 4 ··· 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