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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시조269

자작나무 숲 자작나무 숲 - 김민정 어둠을 빨아들여 밤새도록 빨아들여 잠들지 못한 숲에 바람도 자릴 뜨자 비온 뒤 이슬 머금은 풀잎들만 조요롭다 안개도 옅어지며 여름을 열고 있다 온몸으로 담아내는 한 때의 기억들이 산마루 동살 잡힌 듯 부채질을 하고 있다 - 《시와표현》 2020. 가을호 2020. 10. 15.
자작나무 숲 자작나무 숲 - 김민정 어둠을 빨아들여 밤새도록 빨아들여 잠들지 못한 숲에 바람도 자릴 뜨자 비온 뒤 이슬 머금은 풀잎들만 조요롭다 안개도 옅어지며 여름을 열고 있다 온몸으로 담아내는 한 때의 기억들이 산마루 동살 잡힌 듯 부채질을 하고 있다 - 《시와표현》 2020. 가을호 2020. 10. 15.
돌밭맞이 돌밭맞이 -김민정 금 가고 모가 나서 보기엔 어색해도 내 눈 밝게 열어주고 서늘히 씻어주는 정형을 튀어나온 돌 해돋이를 하고 있다 고요조차 숨죽일 때 꽃은 피어나듯 새벽에 눈을 뜨는 저 돌의 푸른 그늘 단단히 뼈를 세웠다 새아침 강기슭에 금실로 총총 엮은 햇살을 고이 받아 파격에 길들여진 주름도 넉넉하게 제 안에 꿈틀거리는 산을 하나 이뤘다 하늘도 입석처럼 위엄이 서려 있다 기척 없이 종적 없이 바람이 들고 날 때 그 사이 패인 골짝을 흉내낼 이 누군가 김민정 시조집 『창과 창 사이』, 《고요아침》에서 2020. 8. 5.
창과 창 사이 창과 창 사이 -김민정 머무는 것은 없다 시시각각 변한다 알면서도 사랑하고 알면서도 흔들리는 어쩌다 눈을 피해도 속내를 들켜버린 카페 유리문에 옆모습을 다 드러낸 한 여자의 긴 머리가 미세하게 흔들린다 누구를 기다리는 듯 양볼 더러 붉어지는 강물이 소리없이 다가왔다 멀어지고 빛나는 눈썹 위로 아슬히, 푸른 이마 한동안 마주 보다가 그만 서로 무색해진 - 김민정 시조집 『창과 창 사이』 2020. 8.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