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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신문 연재

길은 바람에도 있다 / 김귀례

by 시조시인 김민정 2020. 8. 16.
 
 
 
 

<김민정의 송파문학의 향기>

 

길은 바람에도 있다 <김귀례>

 

친구야 우리 지금 어느 길을 걸어왔나

너와 나 첫걸음이 몇 뼘 남짓하더니

이제와 헤아려보니 별과 별만 같구나

 

이 산에 꽃이 피고 저 산에 새가 울고

같은 하늘 아래 우리가 있건마는

그 무슨 사연이라고 바람길만 텄느냐

 

우리는 가고 있고 냇물 흘러 그냥 가고

모래알 반짝인다 제 홀로 쓸려 가듯

나 또한 세월을 간다 저기 저 구름 간다

 

우리는 그냥 잘 살고 있지만 옛 인연이랑 연락을 하며 사는 일은 날이 갈수록 힘든 것 같다

. 일상을 살다가 보면 쉽게 하루가 가고 친구를 생각하는 것조차 잊어버린다. 살아갈수록 친구들과의 차이는 별과 별 사이처럼 차이가 나고 멀어진다. 싫어서도 아니고, 미워서도 아니다. ‘같은 하늘 아래 우리가 있건마는만나지도 못하고 소식도 못 전하고 세월만 흘러간다. 친구뿐이겠는가, 형제들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가고 있고 냇물 흘러 그냥 가고/ 모래알 빤짝인다 제 홀로 쓸려 가듯/ 나 또한 세월을 간다 저기 저 구름 간다는 시인의 표현처럼 우리의 일상은 그렇게 무심히 흘러간다.

요즘은 코로나19 이야기로 메일 떠들썩하다보니 그냥 하는 일도 없이 떠밀려가고 있는 느낌이다. 자고나면 어수선한 소식들에 매몰당하며 우리는 하루를 살아내고 있다. 온라인 수업이 연장될수록 선생들도 학생들도 지쳐가고 있다. 직접 보고 이해하는지 반응을 보고, 못 이해하는 표정이면 다시 설명해주고, 피드백을 하면서 수업을 해야 하는데, 그냥 온라인으로 일사천리로 진도를 나가다보면 진도는 빠른데, 교사들은 걱정이 생긴다. 학생들이 실제로 얼마나 알아듣고 있는지, 이해하고 있는지 알 길이 없다. 물론 프린트도 나누어주고 문제풀이도 시키지만 그렇지 못한 실기 과목들은 더욱 애가 탄다. 그럼에도 계절은 푸르러만 간다. 저 자연처럼 인간도 일상을 빨리 찾으면 정말 좋겠다.

약력: 김귀례시인은 2000년 시조생활 신인문학상으로 등단했으며, 2010년 서울문예상, 2016()한국시조협회문학작품상, 2018년 제2회 포은시조문학상 본상 등을 수상했다. 시조집으로는 해바라기 키 재기가 있다. 현재 한국문인협회, 국제펜한국본부, 한국시조시인협회 회원, 세계전통시인협회 이사, 한국시조협회 이사, 강남문인협회 이사로 있다.

송파신문사(songpa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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