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정의 송파문학의 향기> 입 속의 캐스터네츠 <임영숙>
아버지의 틀니가 입속에서 움직이면 스물여덟 이빨은 고통의 캐스터네츠 직조된 윗니와 아랫니 음악은 살아있다
누대에 이어져온 저작의 노동으로 하나된 잇몸과 이빨은 말을 한다 달그락 살아있는 동안 씹고 또 씹어야지
음식을 거부하고 컵 속에 잠긴 시간 가만히 내려놓은 틀니를 바라볼 때 이제는 제 소명 다한 듯이 기포 피워 올린다
아버지의 틀니를 ‘입속의 캐스터네츠’라고 표현했다. 윗니와 아랫니가 달그락거리는 모습을 음악으로 표현한 것이 참신하다. 잇몸과 이빨은 하나 되어 있다. 그러면서 ‘살아있는 동안 씹고 또 씹어야지’라고 말을 한다. 그리고 셋째 수에 오면 틀니를 빼서 컵 속에 담가둔 모습을 보고 있다. 나이 드셔서 본 치아는 다 빠지고 틀니를 끼고 그것으로 식사를 하고 계신 아버지의 모습을 바라보는 딸의 마음은 안쓰럽다. 그러나 그것을 표면으로 나타내지 않고, 음악이라고 애써 표현함으로써 아버지의 틀니를 안타까워하는 딸의 애잔한 마음을 에둘러 표현하고 있다. 오월은 가정의 달이며 청소년의 달이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부부의 날, 성년의 날이 있다. 1년 중 가장 아름다운 계절의 여왕 오월, 가족에게 감사하고 그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이 충만하면 좋겠다. 세상은 온통 초록물결로 넘치고 햇살은 눈부시고 봄바람은 부드럽다. 사랑이 충만하면 세상은 더욱 아름다워 보이고 내 자신이 먼저 행복해진다. 푸르게 물결치는 청보리밭을 바라보며 모두가 행복한 오월이 되기를 바란다. 임영숙시인은 경기도 용인 출신이며 경희문화창조대학원 미디어문예창작과를 졸업했으며, 2007년 새얼문화재단 전국백일장 시부문 및 2009년 중앙일보 지상백일장 시조부문 차하, 글벗문학상, 2014년 《나래시조》신인상을 수상했고, 현재 《나래시조》편집장을 맡고 있다. 송파신문사(songpanews@naver.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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