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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신문 연재

메타세쿼이아 길에서 / 송태한

by 시조시인 김민정 2020. 8. 16.
 
 
 
 

<김민정의 송파문학의 향기>

 

메타세쿼이아 길에서 <송태한>

 

그대의 발걸음은 어디쯤일까

혼잡한 시가에서

혹은 한가로운 교외에서

가슴 적시는 영화처럼

한 폭 수채화 빛깔을 띨까

 

나의 그림자는 얼마만 할까

햇살 따갑게 눈부시거나

궂은 비 퍼붓는 날

하루만이라도 그대에게

한 평 차양막 될 만할까

 

내일은 우리가 어느 얼굴로 남을까

고단한 하루의 퇴근길

땀 배인 언덕 가에서

어깨 맞대고 걸으며

등 기대어 숨 돌릴

메타세쿼이아 가로수만큼 창창할까

 

푸른

6월이다. 가로수로 메타세쿼이아가 있는 곳도 있다. 이 시를 읽으며 그 가로수 길을 생각한다. 아니 내가 사는 올림픽아파트에는 메타세쿼이아가 많이 있다. 키가 무지 큰 그 나무를 보면서 왜 굳이 이 나무를 이 곳에 심었을까 생각한 적도 있다. 그 메타세쿼이아 길에서 화자는 그대와 나, 그리고 우리를 생각한다.

그대의 발걸음은 어디쯤일까를 생각하고, ‘나의 그림자는 얼마일까를 생각하고, ‘내일은 우리가 어느 얼굴로 남을까를 생각한다. 살아가면서 나와 타자를 생각하는 것, 그리고 공동체인 우리를 생각하는 일은 중요하다.

왜냐하면 최소한 이기심에서 벗어날 수 있으니까. 우리가 ‘K-방역이라 일컬어지며, 그나마 코로나19 피해를 조금이라도 덜 받고 있는 건 우리라는 공동체 의식이 강하고,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겠다는 마음가짐이 있기 때문이다.

타자를 생각하며, ‘하루만이라도 그대에게/ 한 평 차양막 될 만할까를 생각하며 살아가기 때문이다. 오늘 하루도 어깨 맞대고 걸으며/ 등 기대어 숨 돌릴/ 메타세쿼이아 가로수만큼 창창할까를 생각하며 살아가면 좋겠다.

작가 송태한은 서울 출생이다. 인하대학교 토목공학과 및 단국대학교 특수교육학과를 졸업. 특수교사 및 스카우트지도자를 지냈다. 시집으로는 우레를 찾다(2019), 퍼즐 맞추기(2016), 2인시집(1983) 등이 있다. 수상으로는 제7회 연암문학예술상, 한국문학신문 제18회 기성문인문학상, 시와 표현 기획시선 공모 당선(2019), 현대시회 회원, 한국문인협회 문인저작권옹호위원, 국제펜 한국본부 회원, 서양화가로 활약하고 있다.

 

송파신문사(songpa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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