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정의 송파문학의 향기>
난 <양점숙>
꽃이파리 벌었다
애쓰는 줄 몰랐는데
정갈한 마음일까 대물린 열망일까
조촐한 꽃 한 송이에 그 하루는 환한 봄
햇살 알갱이 삼킨 꽃망울에
금이 간다
파열의 흔적일까 적멸의 여진일까
또 한 번 이별을 위해 꽃대 하나 올린다
꽃 한 송이 피기 위해서는 얼마나 오랜 세월의 인내와 노력이 필요한 것인가
. 우리가 무심히 보아 넘기는 보잘 것 없는 들꽃 하나에도 그 꽃을 피우기 위한 들꽃 나름대로의 애씀이 있었을 것이다.
화자는 난이 핀 것을 보면서 그 동안 꽃잎을 열기 위한 ‘애씀’을 생각하며 화려하지 않은 ‘조촐한 꽃 한 송이’에서 환한 봄을 느끼고 있다. 또한 꽃이 피어남을 ‘또 한 번 이별을 위해 꽃대 하나 올린다‘고 하여 아름다움의 순간만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고 피는 꽃을 보면서 지는 순간도 상상하고 있다. 시인의 상상력과 통찰력의 깊이를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난이 피는 순간의 모습을 강조하기 위해 시조의 둘째 수에서는 ’금이 간다‘를 한 행으로 잡고 있다.
봄꽃이 환하게 피고 있으나 그것을 마음껏 즐기지 못하는 것이 아쉬운 요즘이다.
그러나 내년에도 봄은 어김없이 오고 아름다운 꽃도 만발할 것이다. 그러니 오고가는 차창으로나마 만발한 꽃들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하며 이 봄을 보낸다.
양점숙 시인은 경기 시흥 출생이며, 1989년 《익산문예백일장》장원으로 등단, 시조집 『현대시조 100인선 꽃 그림자는 봄을 안다』『아버지의 바다』등을 출간했으며, 한국시조시인협회상, 가람시조문학상 등을 수상, 현재 한국시조시인협회 부이사장, 가람기념사업회 회장을 맡고 있다.
송파신문사(songpa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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