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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향기 - 지리산 연가 <김민정> |
산이 산을 부르고 인간이 인간을 부르는
넉넉한 그대 품에 안기고 안기는 건
구름뿐 아니었더라 바람뿐이 아니더라.
산이 높아 골도 깊은 그대 자락 도는 안개
무성한 푸른 숨결 물소리로 와 앉으면
하늘엔 별들이 뜨고 지상엔 사랑 뜨네.
사무침을 불러 모아 우렁우렁 산이 울면
한도 풀고 설움도 풀어 섬진강을 흘려 놓는
지리산 자락자락을 휘감는 그대 사랑.
설악산이 기골이 살아나는 남성적인 산이라면 지리산은 모든 것을 포용하고 감싸안는 여성적인 산이다. 전라도와 경상도에 걸쳐있는 지리산. 몇 년 전 여름 천왕봉을 올랐을 때 경상도 쪽은 해가 나는 청명한 날씨인데 전라도 쪽은 짙은 안개가 쌓인 흐린 날씨라 그 대조가 너무나 신비하게 느껴진 적이 있다. 산 하나를 사이에 두고 날씨가 완전히 달랐다.
지리산을 오르면서 박경리의 ‘토지’, 조정래의 ‘태백산맥’, 이청준의 ‘서편제’라는 소설과 김지하의 ‘지리산’이란 시와 또 영화 ‘남부군’을 생각했다. 그리고 원래이름이 ‘직전리’인데 육이오 때의 동족 상잔이후 ‘피아골’로 불린다는 한맺힌 골짜기도 생각했다.
‘동학혁명’,‘여순반란’, ‘빨치산’, ‘육이오’ 등의 단어와 함께 생각나는 산, 수많은 우리의 역사와 문학 속에 등장하는 지리산은 기쁨보다 슬픔과 한을 더 많이 간직하고 있다. 근래 우리역사의격동기와 운명을 함께 한 산이 바로 지리산이기 때문일 것이다. 웅장하고 넉넉하여 모든 것을 포용할 듯한 산, 그 속에서 인간도 시비를 가리기 전에 서로 용서하고 사랑하며 살아가라고 타이르며 앉아있는 듯한 산이 바로 지리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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