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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향기(제1평설집)

저런 세상도 있다 / 김홍일 - 시의 향기 27 (배경음악: 철새는 날아가고)

by 시조시인 김민정 2009. 4. 2.

    저런 세상도 있다 김 홍 일 떼새의 자유를 보라 저들의 저 푸른 하늘을 보라 어느 한 곳 스며들 틈도 없는 군무의 축제 찬란한 생의 절정을 보라 단 하나의 날개도 서로 꺽지 않으며 노래가 있고 사랑이 있는 저 아름다운 화합의 장관을 보라 저기엔 탐욕도 교만도 미움도 없다 가진자와 못가진자의 갈등도 먹고 먹히는 숨막히는 긴박도 없다 밟으려하지 않으며 이기려하지 않으며 잘남도 못남도 없는 평등의 세상 거짓도 허영도 없는 진실의 세상 오직 기쁨에 넘치는 평화가 있다 아, 저런 세상도 있다!

 
[2004년 07월 19일 국방일보]
 
시의 향기 - 저런 세상도 있다 <김홍일>

              

 하늘을 나는 떼새를 보며 ‘단 하나의 날개도 서로 꺽지 않으며/ 노래가 있고 사랑이 있는'

아름다운 화합의 인간세계를 화자는 꿈꾸고 있다. 떼새들이 누리는 ‘탐욕, 교만, 미움, 갈등, 긴박이 없는 세상', ‘잘남도 못남도 없는 평등의 세상/ 거짓도 허영도 없는 진실의 세상'을 화자는 찬미하고 부러워하고 있다. 중국 당나라 때의 시인 백낙천(772-846)은 다음과 같은 시를 썼다.

 

   교졸현우상시비(巧拙賢愚相是非): 잘났다 못났다 영악하다 어리석다 서로 시비를 가리지만
   하여일취진망기(何如一醉盡忘機): 흠뻑 취하여 속세의 간계 잊음이 어떠하리
   군지천지중관책(君知天地中寬笮): 그대 아는가? 천지는 끝없이 넓으면서도 좁아 
   조악난황각자비(鵰鶚鸞皇各自飛): 사나운 보라매와 상스러운 봉황이 저마다 날 수 있다네.

 

인간의 시비나 갈등은 부질없는 욕망에서 생겨나는 것인지도 모른다. 인간의 삶에서도 서로 상하지 않고 하늘을 나는 새들처럼 자유롭고 평화롭게 살기 위하여, 우리는 조금씩 욕심을 줄이고 서로 도우며 공존공영하는 삶이 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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