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의 향기(제1평설집)

대숲에 사는 바람 / 임종찬 - 시의 향기 28

by 시조시인 김민정 2009. 4. 4.

 

 

 

                         [2004년 07월 26일 국방일보]

                               

시의 향기 - 대숲에 사는 바람 <임종찬>

           대숲에 사는 바람은
           사서삼경을 다 외는지

           있는 듯 없는 듯이
           산 듯 죽은 듯이

           세월에 나부끼면서
           걱정 없이 살더라



           왕대밭에 왕대바람
           퉁소 대롱을 빠져 나와

           동구 밖 미루나무
           까치알을 굴리더니

           어느새 대숲에 와서
           살 비비며 살더라



           세월이 심심하면
           대숲으로 갈 일이다

           대숲에 사는 바람
           걱정 없는 흔들림을

           우리도 조금은 배워
           몸 흔들며 살 일이다



  

      대숲에 사는 바람은 늘 여유가 있다. 인간들처럼 공부에 쫓기지 않고 이미 '사서삼경'도 다 외워 넉넉하게 세월에 나부끼면서 있다. 바람은 왕대밭에 가면 왕대와 어울리고, 또 어느새 빠져 나와 동구 밖 미루나무 까치알을 굴리더니, 또 대숲에 와서는 대와 살 비비며 살고 있다고 화자(話者)는 말하고 있다. 바람은 아무것에도 구애됨이 없이 그저 넉넉하고 자유롭고 평화롭다.

       

         셋째 수에 오면 바람은 남을 흔드는 것이 아니라 스

       

      스로를 흔들고 있다. 대숲의 바람 소리, 그 소소한 바

       

      람 소리는 바로 우리들 삶의 여유로움이다. 스스로를

       

      흔들면서도 꼿꼿하게 서는 대나무, 그리고 그 대와 어

       

      울리며 대숲 소리를 만들어 내는 바람의 여유와 조화,

       

      러한 자연에게서 인간은 지혜를 배워야 한다고 화자

       

      는 말하고 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