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의 향기(제1평설집)

예송리 해변에서 / 김민정 - 시의 향기 25

by 시조시인 김민정 2009. 3. 30.
 
 

                      예송리 해변에서 / 宇玄 김민정 돌 구르는 밤의 저쪽 퍼덕이는 검은 비늘 등솔기며 머릿결에 청청히 내린 별빛 저마다 아픈 보석으로 이 한 밤을 대낀다. 낙지회 한 접시에 먼 바다가 살아 오고 맥주 한 잔이면 적막도 넘치느니 물새는 벼랑에 자고 漁火燈이 떨고 있다. 당신의 말씀 이후 살이 붙고 피가 돌아 삭망의 별빛 속에 드러나는 능선이며 때로는 샛별 하나쯤 띄울 줄도 아는 바다. 가슴속을 두드리며 깨어나는 말씀들이 맷돌에 갈린듯이 내 사랑에 앙금지면 바다도 고운 사랑 앞에 설레이며 누웠다.
                       
                                                                                                                                                              사진: 1984
      

    [2004년 07월 05일 국방일보]
     
    시의 향기 - 예송리 해변에서 <김민정>

     

              돌 구르는 밤의 저쪽 퍼덕이는 검은 비늘

              등솔기며 머릿결에 청청히 내린 별빛

              저마다 아픈 보석으로 이 한 밤을 대낀다.


              낙지회 한 접시에 먼 바다가 살아 오고

              맥주 한 잔이면 적막도 넘치느니

              물새는 벼랑에 자고 어화등(漁火燈)이 떨고 있다.


              당신의 말씀 이후 살이 붙고 피가 돌아

              삭망의 별빛 속에 드러나는 능선이며

              때로는 샛별 하나쯤 띄울 줄도 아는 바다.


              가슴속을 두드리며 깨어나는 말씀들이

              맷돌에 갈린듯이 내 사랑에 앙금지면

              바다도 고운 사랑 앞에 설레이며 누웠다.

       

         아무도 없고, 달빛조차 없는 밤마다 앞에 그대 서 본 적이 있는가.  먼 하늘에 별

      빛만이 반짝이는 밤, 우주의 거대한 자연 앞에 인간은 얼마나 왜소한 존재인가. 끊
      없이 철썩이는 파도소리... 그 파도소리는 우리가 태어나기 몇 천 년, 몇 만 년 전
      부터 철썩였을 것이고, 우리가 가고 없는 몇 천 년 몇 만 년 후에도 계속될 것이다.
      자연에 비해 100년도 안 되는 짧은 인생을 살다가는 인간은 자연의 영원성 앞에 서
      면 겸허해질 수 밖에 없는 나약한 존재이다.  
       
           '예송리 해변'은 보길도에 있다. 소나무가 예술적으로 생겼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며,
      시조시인 윤선도가 유배생활을 하면서 '어부사시사'를 지었다는 곳이다. 예송리 해변
      의 특이한 점은 검은 자갈(몽돌) 해변이라는 점이다. 작고 고운 자갈이 깔려있는 해변
      에선 파도가 밀려왔다 밀려갈 때마다 모래소리가 아닌 '짜르륵짜르륵'하는 자갈소리, 
      그곳만의 독특하고 아름다운 파도 소리를 낸다. 1984년 여름에 이곳을 다녀와서 작품
      을 썼고, 1985년 시조문학창간25주년기념 지상백일장에서 장원, 단 1회로 등단으로

      인정된 작품이다.  <시 : 김민정. 시인, 문학박사>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