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름겨워 울컥 치밀 때 강가에나 나가 보자
올망졸망 모여 앉아 대중조차 잊고 사는,
자갈과 자갈 사이의 여유쯤은 갖고 살자
제 살을 깎아 내어 얻어 낸 풍요로움
얼만큼 굴러봐야 저 소릴 들을 건가
하루쯤 강가에 서서 손바닥을 펴 보자
부딪쳐 터진 상흔 물살에 씻어 내고
이제는 가슴 열어 이웃하는 저 틈새로
작아도 거침없이 넓게 가는 바람소리 들어보자
삶은 늘 즐겁고 기쁜 일만 존재하지 않는다. 때로는 괴롭고 고통스러울 때도 있고, 삶이 허무
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울컥울컥 화가 치밀 때도 있고 시름에 겨울 때도 있다. 인간이기에 희노
애락의 감정을 가지고 살아간다.
화자는 화가 치밀 때, 시름에 겨울 때 '강가에 나가보자'고 한다. 그곳에 가면 올망졸망하게 모
여 사는 자갈을 만날 수 있고, 오랜 세월을 다듬고 깎이어 모나지 않고 둥글어진 자갈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그건 바로 제 살을 깎아내는 아픔 후에 얻은 평화이다. 그 자갈이 들려주는 이야
기를 들으며, 움켜쥐었던 손바닥을 가만히 펴며 응어리진 마음의 울화와 근심을 풀어보자는 것
이다.
살아가면서 부딪치며 얻는 상처 물살에 씻어내고 이웃해 앉는 자갈들처럼 그렇게 거침없이 지
나가는 바람소리도 들어보는 여유를 갖자고 화자는 이 작품에서 말하고 있다.
'시의 향기(제1평설집)'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남도 가는 길 / 김준 - 시의 향기 26 (0) | 2009.04.02 |
---|---|
예송리 해변에서 / 김민정 - 시의 향기 25 (0) | 2009.03.30 |
저 산에 / 민병도 - 시의 향기 23 (0) | 2009.03.28 |
바다에서 / 안상근 - 시의 향기 22 (0) | 2009.03.27 |
우리 사랑은 / 김민정 - 시의 향기 21 (0) | 2009.03.25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