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의 향기(제1평설집)

외암리 시편 / 유권재 - 시의 향기 31

by 시조시인 김민정 2009. 4. 11.

      외암리 시편(詩篇) / 유 권 재 누가 지난 역사(歷史)를 기록이라 하였나요 어제라는 수레위에 오늘이 실려가는 아산의 설화산자락 외암리에 와보세요 구태여 기억하려 꺼내보려 하지 않는 다락에 쌓아 놓은 좀먹은 비망록처럼 아득히 지난 내력을 잊은 듯이 살다가 세상의 이야기가 지루하게 느껴질 때 오래 전 그리움이 간절하게 샘솟듯이 소진한 기억 속으로 향수가 스며들면 저물녘 산마루의 자욱한 안개 아래 고가(古家)의 밥 짓는 연기 밀어처럼 속삭이는 한편의 과거 속으로 길을 찾아 나서 봐요  

    사진: 일만 성철용 

     

     
    [2004년 08월 16일 국방일보] 
                 

    시의 향기 - 외암리 시편 <유권재>


        누가 지난 역사(歷史)를 기록이라 하였나요
        어제라는 수레위에 오늘이 실려가는
        아산의 설화산자락 외암리에 와보세요

        구태여 기억하려 꺼내보려 하지 않는
        다락에 쌓아 놓은 좀먹은 비망록처럼
        아득히 지난 내력을 잊은 듯이 살다가

        세상의 이야기가 지루하게 느껴질 때
        오래 전 그리움이 간절하게 샘솟듯이
        소진한 기억 속으로 향수가 스며들면

        저물녘 산마루의 자욱한 안개 아래
        고가(古家)의 밥 짓는 연기 밀어처럼 속삭이는
        한편의 과거 속으로 길을 찾아 나서 봐요


         충청도 아산의 설화산자락 외암리를 시인은 읊고 있다. 세월은 흘러가고 흘러간 과거의 기록들을 우리는 역사라고 부른다. 빠르게 변화해가는 세상 속에서 우리는 지나간 시간들을 기억하려고도 꺼내보려고도 하지 않는다. 어제가 있어 오늘이 존재함을 우리는 잊은 듯이 살고 있다. 그러다가 현실이 지루해질 때, 과거로의 여행이 그리울 때, 아니 과거에 대한 향수가 스며들 때 아직도 옛 향수를 그대로 간직한 이곳 외암리를 찾아보라고 화자는 말하고 있다.

         아직도 옛 모습을 간직한 외암리의 아름다운 모습을 시인은 마지막 수에서 잘 나타내고 있다. 마지막 수는 마치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시킨다. 저문 황혼녘 산마루엔 자욱한 안개가 끼고 고가(古家)에선 나무를 때어 밥 짓는 연기가 밀어처럼 피어오르고 있다. 지금은 사라진 한 편의 영화 같은 외암리의 고즈넉한 저녁 풍경이 고향집을 보듯 눈에 선하게 떠오른다. 이 작품에서는 과거의 기억을 ‘좀먹은 비망록’, 밥 짓은 연기를 ‘밀어처럼 속삭이는’ 등의 참신한 표현이 돋보이며, 작품 전체가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귀결되고 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