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진주남강 유등축제(Jinju Namgang Yudeung Festival)
시의 향기 - 촉석루에 올라 - <서공식>
누대를 휘 감도는 매미 소리 잦아들면
마침내 붉은 석류 타는 가슴 터트리고
사백년 거슬러 올라 대 숲으로 서는 충절
풋바람 끌어안은 강물도 숨을 죽여
청청한 하늘조차 물 깊이로 잠잠할 때
선홍빛 자귀꽃 하나 의암되어 솟았다
다시금 이 자리는 능소화 피어나고
푸른 솔 가지끝에 새순 돋는 매미 소리
도도히 물굽이 치며 뻗어가는 저 남강
진주 촉석루에 서면 역사를 굽이 돌아흐르는 남강이 한 눈에 보인다. 일찍이 변영로는 진주의 의기 ‘논개’를 기리는 다음과 같은 시를 썼다. ‘거룩한 분노는/ 종교보다도 깊고/ 불붙는 정열은/ 사랑보다도 강하다.// 아, 강낭콩꽃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이하 생략>
화자는 촉석루에 올라 대숲을 바라보며 석류 가슴처럼 붉은 사 백년 전의 논개의 충절을 새겨보고 있다. 강물도 숨을 죽이고 하늘도 잠잠할 때 선홍빛 자귀꽃은 의암으로 솟고 있다. 왜장과 함께 술을 마시다가 왜장을 끌어안고 강물로 뛰어든 지름 2미터도 안되는 바위인 의암, 이 작품에서 의암은 논개(선홍빛 자귀꽃)로 상징되어 나타난다. 셋째 수에서는 논개의 마음은 능소화꽃으로 나타난다.
붉은 석류, 선홍빛 자귀꽃, 능소화 등은 모두 논개의 충절을 상징하는 시어이며, 이러한 역사 속에 강물은 오늘도 도도히 흐르고 있음을 이 시의 화자는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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