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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향기(제1평설집)

낚시 백서 / 김광수 - 시의 향기 35

by 시조시인 김민정 2009. 4. 12.

  [2004년 9월 13일 국방일보]

                                      

시의 향기 - 낚시 白書 <김광수>
 

 

물안개 사물사물
고요를 짜는 물가에서

 

낚대 드리우고
종일 찌나 바라보다

시라도

한 수 건지면
그 또한 보람 아니랴


 

일상사 무거운 사념
구름 끝에 실어 두고

수초에 매달려 놀던
바람도 잠든 한낮

한 생각
죄 풀어놓고
물에 나를 비춰 본다


낚아챈 물고기 몇 수
수심으로 돌려보내고

 

기다림도 설렘도 접고
하루해를 다 거둬도

내 안에
푸득거리는
월척 꿈은 놓지 못하네


   중국 주나라 때의 강태공은 천하를 다스리고 싶다는 큰 꿈을 간직한 채 미끼도 없는 낚싯대를 드리우고 고향의 강가에 앉아 조용히 흘러가는 강물을 바라보며 자신이 나라를 위해 펼칠 꿈을 이리저리 설계해 보곤 했다. 마침내 그는 주나라 임금 서백을 만나게 되고, 그동안 마음속으로 설계해 온 병법·인재 등용법 등의 뛰어난 실력을 발휘해 탁월하게 왕을 보필했다. 그리하여 '스승'의 의미가 담긴 '태공'이라는 이름까지 얻게 되고, 그가 쓴 '육도'(六韜)는 그 후 정치가들의 지침서가 됐다.

   강태공이 낚싯대를 드리우고 세월을 낚았듯이 시인은 시를 낚고 있는 것일까. 일상사 무거운 사념을 벗어 놓고 시를 생각하고 시를 건져 올리고 있는 것일까. 화자(話者)인 시인 자신은 낚은 고기들을 다시 물속으로 돌려보내고 기다림도 설렘도 접고 하루해를 거두면서도 좋은 시를 낚고 싶은 월척의 꿈은 저버리지 못하고 있다. 누구에게나 감동을 주고 사랑받을 수 있는 시, 월척 같은 시를 쓰고 싶은 시인의 욕망, 하루해가 저물어 가도 저물 줄 모르는 시인의 꿈은 아름답다. 

시풀이 : 김 민 정 <시인·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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