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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줍은 코스모스 서리 아침 들국화도 눈 시린 쪽빛 하늘
머리 위에 받쳐 이고 저마다
저린 사연을 그려내고 있나니 울밑의 귀뚜라미 저문 뜨락 낙엽들도 계절의 깊은 뜻을
온몸으로 그려내며 밤새껏
푸른 달빛에 부대끼고 있나니 이 세상에 쉽게 피는 꽃은 없다. 길가의 코스모스 꽃 한 송이도, 서리를 맞으며 피는 들국화도 여름의 긴긴 해를 견디고 비바람 폭풍우를 견뎌낸 후에야 해맑은 꽃을 피운다. 결국 세상에는 함부로 된 것은 없고, 의미 없이 피는 꽃도 없다. 저마다 저린 사연들을 가지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흔하게 울어대는 울 밑의 귀뚜라미도 우는 사연이 있고, 뜨락의 떨어진 한 잎 낙엽도 온몸으로 뜨겁게 자기의 계절을 살아왔을 것이며, 가을이면 떨어져야 하는 섭리를 깨닫고 있을 것이다.
우주 의 삼라만상이 크든 작든 저마다의 사연으로 흔들리며 부대끼며 살아가고 있다. 그것이 만물의 살아가는 모습이며, 화자는 이 작품을 통해 그러한 모습을 관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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