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설윤형: 서울올림픽 공원
시의 향기 - 아차산성 <원용문>
- 천년 전 기왓장들이
다시 살아 눈빛 주고
허물어진 성벽 사이로
다람쥐가 넘나든다
아직도
긴장감 도네
바람마저 숨죽였네
저 건너 풍납토성엔
백제군의 아우성 소리
그 앞을 가로 지르는
한강물은 유유하다
온달이
마셨을 옹달샘에
내려앉은 햇살이여
취사병의 밥 짓는 연기
산성 위를 뒤덮고
평강공주 통곡하며
쓰러졌을 그 자리에
군사들
도열해 서듯
거목들만 버텨 섰다
아차산은 평강공주와 바보온달의 전설이 있는 산이다. 고구려의 울보공주, 그래서 농담처럼 바보온달에게 시집보내겠다는 아버지 평강왕(평원왕)의 말을 들으면서 크던 그녀는 혼기에 이르러 바보온달에게 시집가겠다고 우겨 궁전에서 쫓겨나게 된다. 평강공주는 마침내 숯구이 총각 바보온달이 산다는 마을에 도착하여 그를 만나 함께 살면서 그를 훌륭한 장수로 키워내고 아버지 평강왕에게도 온달은 부마로 인정을 받게 된다.
590년 영양왕이 즉위하여 한강유역 탈환을 위한 군사의 출정이 있자 그는 자원하여 참전하였으나 아단성(지금의 아차산성)전투에서 유시(流矢)에 맞아 전사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죽은 그의 시신이 움직이지 않아 평강공주가 와서 그의 혼을 달래자 그때서야 시신은 움직였다고 한다.
이 시의 화자는 한강물처럼 유유히 흘러가는 역사 앞에서 죽어서도 평강공주를 사랑하고 그의 말을 믿고 따랐던 온달의 사랑, 충직함, 성실함과 또 그러한 지아비의 죽음 앞에서 슬퍼했을 평강공주를 그리고 있다. 역사상 실존인물을 다루었던 역사설화이며 인물설화인 바보온달설화가 시의 소재가 되고 있다. <2004년 10월 11일>
'시의 향기(제1평설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추억의 세레나데 - 시의 향기 40 (0) | 2009.10.18 |
---|---|
고디 줍기 - 시의 향기 39 (0) | 2009.10.18 |
가을에는 / 김민정 - 시의 향기 37 (0) | 2009.04.13 |
가을 산책 / 김석철 - 시의 향기 36 (0) | 2009.04.13 |
낚시 백서 / 김광수 - 시의 향기 35 (0) | 2009.04.12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