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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향기(제1평설집)

고디 줍기 - 시의 향기 39

by 시조시인 김민정 2009. 10. 18.

 

 

 

 

 

 

 

 

 

 

 

 

 

 

 

 

 

 

 

 

 

                                 사진: 설윤형: 목아발물관


 


[2004년 10월 18일 국방일보] 
             

시의 향기 - 고디줍기 <박우현>




          고디를 줍습니다

        고디 줍기야 다리품만 있으면 되지만

        그래도 원칙은 있는 것 같습니다


        먼저 엉덩이를 높이고

        눈은 가능하면 물과 가까이 해야 합니다

        안그러면 놓치는 게 더 많지요


        다음에는 아래에서 위로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안그러면 물이 흐려져 보이지 않지요


        여럿이서 주울 때는

        나란히 서서 한 걸음씩 보조를 맞추어야 합니다.

        안그러면 뒷사람은 공치지요


        그리고 작은 것은 절대로 잡으면 안 됩니다

        안그러면 내년에는 쓸쓸한 강이 되겠지요


        고디가 사는 깨끗한 물에는

        꺽지, 동사리, 밀어 같은 물고기도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함께 어울려 사는 그들을 보면서

        즐거움을 얻는 것도 어떤 원칙이 될 수 있을지요



          

고디란 경상도 사투리로 ‘다슬기’라고 한다. 맑은 물에서만 산다는 ‘고디’. 이 시의 화자는 고디줍기에도 원칙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 시 속의 화자는 평범한 내용을 가지고 여러 가지 인생의 교훈을 전해 주고 있다. 하찮은 고디 하나 줍는데도 온 신경을 집중하여 진지하게 해야 하며, 물을 흐리지 않고 잘 볼 수 있도록 아래로부터 거슬러 올라가는 지혜가 필요하며, 여럿이 주울 때는 보조를 맞추어야 한다고 하여 공존의 원칙을 내세우고 있으며, 작은 것을 잡으면 씨가 말라 내년에는 쓸쓸한 강이 된다고 하여 생태보존을 강조하고 있다.

  또 맑은 물에만 산다는 고기들이 고디와 함께 어울려 사는 것을 보며 즐거움을 얻는 것도 ‘어떤 원칙이 될 수 있을지요’라고 하며 환경보존, 생태보존이 결국 우리를 즐겁게 하며 그것을 보존해 주어야 한다는 것을 화자는 이 시에서 강조하고 있다.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가는 일은 결국 인간이 해야 할 일이며, 자연을 보호하고 보존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것은 결국 우리 자신을 행복하고 즐겁게 하는 길임을 이 시의 화자는 말하고 있는 것이다. <2004년 10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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