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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을 얹고 있는 머리카락 사이로 분신처럼 남겨진 눈 같은 사랑이여!
굽은 뼈 마디마디에 빈 바람을 품었네
육남매 중 고명딸 말없이 품에 안고
하늘, 별, 풀꽃이름 하나하나 불러주며
나직이 노래하시던 고운 눈빛 닮고 파
잔가지 부러질까 허리 굽은 나무처럼
저승꽃 핀 얼굴로 눈물 감춘 애틋한 맘
후미진 골목길에서 돌아보고 또 보고
이 시는 아버지에 대한 정을 읊고 있다. 사랑은 내리사랑이라 시집을 가서 살아도 부모님의 마음에 늘 걸리는 것이 자식이다. 화자는 아버지를 보며 자식들 걱정으로 늘 편할 날이 없는 부모의 마음을 애틋해 하고 있다. 문득 그 아버지를 바라보니 연륜이 쌓인 머리는 눈같이 희어지셨고, 굽은 뼈 마디마디엔 빈 바람만 품고 있는 듯 했다. 자식들 키우고 걱정하느라 모든 영양분도 빠져나가고 앙상한 뼈마디만 간직하신 모습을 화자는 안쓰러워하고 있다. 하늘, 별, 풀꽃이름을 알려주시며 시인이 될 수 있도록 자양분을 심어주시던 사랑이 담긴 고운 눈빛의 아버지, 자기가 존경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닮아가고 싶어 하듯 화자는 그런 아버지의 눈빛을 닮고 싶어 한다.
어쩌다 자식이 찾아뵙고 돌아올 때 굽은 허리로, 저승꽃 핀 얼굴로 눈물 감추시며 골목까지 배웅해 주시던 아버지의 모습을 잊지 못해 보고 또 돌아보는 딸의 심정을 이 시에서는 잘 표현하고 있다. 늙으신 아버님에 대한 애틋한 시인의 정이 잘 나타나는 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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