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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일만 성철용
어제라는 수레위에 오늘이 실려가는 아산의 설화산자락 외암리에 와보세요 구태여 기억하려 꺼내보려 하지 않는 다락에 쌓아 놓은 좀먹은 비망록처럼 아득히 지난 내력을 잊은 듯이 살다가 세상의 이야기가 지루하게 느껴질 때 오래 전 그리움이 간절하게 샘솟듯이 소진한 기억 속으로 향수가 스며들면 저물녘 산마루의 자욱한 안개 아래 고가(古家)의 밥 짓는 연기 밀어처럼 속삭이는 한편의 과거 속으로 길을 찾아 나서 봐요
아직도 옛 모습을 간직한 외암리의 아름다운 모습을 시인은 마지막 수에서 잘 나타내고 있다. 마지막 수는 마치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시킨다. 저문 황혼녘 산마루엔 자욱한 안개가 끼고 고가(古家)에선 나무를 때어 밥 짓는 연기가 밀어처럼 피어오르고 있다. 지금은 사라진 한 편의 영화 같은 외암리의 고즈넉한 저녁 풍경이 고향집을 보듯 눈에 선하게 떠오른다. 이 작품에서는 과거의 기억을 ‘좀먹은 비망록’, 밥 짓은 연기를 ‘밀어처럼 속삭이는’ 등의 참신한 표현이 돋보이며, 작품 전체가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귀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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