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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논문.평설90

제2회 모상철문학상 당선작 및 심사평(20201. 사과나무 엿보기/배종도) 사과나무 엿보기 배종도 1. 봄, 감탄사 물음표로 내민 고개 연분홍 송이마다 명지바람 쓰다듬어 이마 살짝 적셔놓는 이슬 밴 감탄사들이 자란자란 피어난다. 2. 여름, 사과 가장이 열매 많아 찢긴 가지 그 아픔 알고부터 성글게 맺은 씨알 장맛비 맞서나 보고 태풍이 날을 세워도 몸짓 저리 의연하다. 3. 가을, 소슬바람 황금 햇빛 으깨 빚은 탐스러운 붉은 결실 먼 길 온 소슬바람 품에 안고 감싼 자리 그곳에 허공이 잠시 등 기대고 앉아있다. 4. 겨울, 소실점 곤 때 절어 떠나는 잎 소실점 향해 가고 팔매질 눈송이들 어깨를 두드릴 때 자, 보라! 옷 벗은 몸통 울근불근 저 근육을. 신선함과 깊이를 아우른 작품 김민정 (한국문협 시조분과회장, 문학박사) 제2회 모상철문학상에는 총 28명 105편의 작품이 응모.. 2021. 1. 24.
제1회 모상철문학상 당선작 작품 및 심사평(2020. 사막에서/ 임만규) 사막에서 -페루 와카치나 임만규 참으로 멀리 왔다 그래도 가야한다 눈앞이 황량하니 나도 곧 사막 되나 세상은 열려있어도 길 찾기는 어렵다. 욕망은 신기루라 꿈처럼 뒤척이고 먼 길을 걸어가면 추억도 짐이 되나 가슴이 너무 기름져 발걸음이 무겁다. 여기서 실종되면 세상은 끝이 난다 마음을 열어야지 모래에 갇히려나 버리고 모두 버리고 가족 찾아 걷는다. 모상철문학상 심사평 김민정((사)한국문협 시조분과회장, 문학박사) 이번에 모상철문학상이 신설되고 제1회 공모가 있어 꽤 많은 분들이 응모를 했다. 최종까지 올라온 3편은 임만규시인의 「사막에서-페루 와카치나」와 최은희시인의 「세스랑게의 집짓기」와, 안해나시인의 「칸타빌레의 봄」이었다. 모두 참신성이 있고 짜임새도 좋았다. 그러나 한 편만 뽑아야했기에 임만규시인.. 2021. 1. 23.
독자와 공감하는 시조 (2020년 하반기 시조총평, 월간문학 2021. 1월호) 독자와 공감하는 시조 김 민 정(한국문협 시조분과 회장) 2020년 하반기 시조평을 하면서 가장 원초적인 질문을 자신에게 해 본다. ‘시란 무엇인가? 시조란 무엇인가?’ M. H. 에이브럼즈은 모방론, 효용론, 표현론, 존재론으로 시의 정의를 내리고 있다. 내용면에서 시조도 해당된다. 시조는 그 내용에다 정형적인 형식이 곁들여 있다. 모방론은 아리스토텔레스가 명명한 후, ‘시는 사물, 우주, 자연의 실재, 삶의 원리, 이념, 진리를 모방한다’고 하는 시의 정의이다. 효용론은 ‘시는 즐겁다, 유익하다, 즐겁고도 유익하다, 가르치고 즐거움을 준다’ 등으로 표현된다. 표현론은 ‘우주, 자연, 삶의 현실 등을 구현하고 상징한다’고 보았으며, 19세기 낭만파 시인과 비평가들이 해당된다. 객관론은 ‘시는 의미하는 .. 2021. 1. 23.
<월간문학 제157회 시조신인상 심사평, 2021. 3월호> 1. 향불 마신 관봉 앞에서 김선길 돌산길 금강계단 비움길이 틀림없지 사바끈 푸는 발길 계절 없이 이어져도 관봉 쓴 법열의 꽃잎 중생 죄업 푸신다 흰 구름 높이 쓰고 좌정든지 한 천 년 눈물 든 염불마다 변주 없는 축원곡에 중생들 비손비는 소리 큰 귀 늘여 들으신다 바람도 날개 접고 합장하는 도량에서 마지막 염원 품고 백팔염주 돌려보니 오래된 업연의 꼬리 그 끝부터 사라진다 2. 레퀴엠1) 이영숙 굳어진 숫구멍2)에 통증이 차오른다 마루엽 관통한 음표, 나비뼈들 들쑤신다 지논의 정수리에선 피가 마르지 않는다 미수에 그친 사랑, 속살이 휘우둠하다 통증의 틈 사이로 은하수, 달 밤의 혹성 당신의 구겨진 서정이 느리게 걷고 있다 아침이 고독과 나란히 걸어간다3) 말라버린 수도사의 해면체가 걷는다 울울한 생의 .. 2021. 1.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