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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신문 연재

다시 수유리에서 / 박시교

by 시조시인 김민정 2020. 2. 24.
김민정의 송파문학의 향기

[2020-01-29 오후 4:27:00]
 
 
 

다시 수유리에서       <박시교>

 

수유리에 오시려거든 되도록 비 내리는 날

우산은 받지 마시고 그냥 오십시오

가슴은 술로 데우게

겉만 젖어 오십시오

 

우거진 상수리나무 숲길 지나 어느 등성이

굳이 정상 아니더라도 도봉 마주해 앉으면

마음속 은밀한 앙금도

녹아나게 마련입디다

 

비 오는 날 수유리에 오실 때에는 또 한 가지

잊지 말고 시계는 풀어놓고 오십시오

어차피 흐르는 세월은

물 같은 것이기에

 

▲ 김민정 시조시인

수유리하면 생각나는 것은 4.19탑이지만, 이 시에서 화자는 수유리에 비오는 날 술 마시러 오라고 권유한다. 정철의 장진주사라는 사설시조에 비견될만한 작품이다. 화자는 비오는 날 우산도 받지 말고, 마음도 풀어 놓고, 시계도 풀어 놓고 와서 술로 가슴을 데우자고 한다. 도봉을 마주해 앉으면 마음속 깊은 앙금들도 녹아나고, 시계도 풀어놓아 현대인의 바쁜 일상을 잊고, 세월을 잊으며 여유롭게 술을 마시자고 권유하고 있어 우리들의 마음을 따뜻하고 편안하게 해 주는 시다. 바쁘게 사는 현대인의 삶 속에서도 여유를 갖고 살고 싶은

박시교시인은 경북 봉화 출생. 1970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겨울강』 『가슴으로 오는 새벽』 『낙화』 『독작』 『아나키스트에게등 출간. 오늘의 시조문학상, 중앙시조대상, 이호우시조문학상 등 수상. 오늘의시조시인회의 의장 역임.


송파신문사(songpa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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