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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신문 연재

사랑법 / 강은교

by 시조시인 김민정 2020. 2. 24.
<김민정의 송파문학의 향기>

[2020-02-05 오후 4:28:00]
 
 
 

사랑법                      <강은교>

 

떠나고 싶은 자

떠나게 하고

잠들고 싶은 자

잠들게 하고

그리고도 남는 시간은

침묵할 것.

 

또는 꽃에 대하여

또는 하늘에 대하여

떠는 무덤에 대하여

 

서둘지 말 것

침묵할 것.

 

그대 살 속의

오래 전에 굳은 날개와

흐르지 않는 강물과

누워 있는 누워 있는 구름,

결코 잠 깨지 않는 별을

 

쉽게 꿈꾸지 말고

쉽게 흐르지 말고

쉽게 꽃 피지 말고

그러므로

 

실눈으로 볼 것

떠나고 싶은 자

홀로 떠나는 모습을

잠들고 싶은 자

홀로 잠드는 모습을

 

가장 큰 하늘은 언제나

그대 등 뒤에 있다.

 

▲ 김민정 시조시인

떠나고 싶은 자를 붙잡지 말고 , 잠들고 싶은 자를 깨우지 말고, 말하지 말라고 한다. 서둘지 말고, 쉽게 꿈꾸지 말고, 쉽게 흐르지 말고, 쉽게 꽃 피지 말고, 그 모든 모습들을 실눈으로 보라고 한다. 진정으로 자신이 하고 싶어하는 것을 하게 하는 것, 그것이 사랑임을 말하고 있다. 즉 사랑하는 이에 대한 존중이다. 우리가 보통 사랑이라 말하는 것은 자신이 사랑하는 이를 소유하고 싶고, 자신이 그 사람을 보고 싶어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은 자기욕심, 자기만족을 위해 그 사람을 가까이 하고 싶어하는 것이다.

그러나 진정한 사랑은 나는 너를 사랑한다. 그러니 너도 나만을 사랑하라.’는 식의 사랑이 아니라, 사랑이라 말하지 않으면서, 늘 등 뒤에서 그 사람이 하고 싶은 것을 도우면서 그 사람을 보이지 않게 보호하고 사랑하는 것이 더 큰 사랑임을, 더 성숙한 사랑임을 이 시에서는 말하고 있다. 그래서 가장 큰 하늘은 언제나 그대 등 뒤에 있다.’고 한 것이다.

강은교 시인은 1945년 함경남도 흥원 출생이며, 1968사상계신인문학상에 순례자의 밤으로 등단. 초기에는 절대적인 허무 의식을 드러내며 존재의 탐구에 관심을 쏟다가, 점차 사회적·역사적 삶으로 시야를 넓혀 간 시인이다.

송파신문사(songpa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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