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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법 <강은교>
떠나고 싶은 자 떠나게 하고 잠들고 싶은 자 잠들게 하고 그리고도 남는 시간은 침묵할 것.
또는 꽃에 대하여 또는 하늘에 대하여 떠는 무덤에 대하여
서둘지 말 것 침묵할 것.
그대 살 속의 오래 전에 굳은 날개와 흐르지 않는 강물과 누워 있는 누워 있는 구름, 결코 잠 깨지 않는 별을
쉽게 꿈꾸지 말고 쉽게 흐르지 말고 쉽게 꽃 피지 말고 그러므로
실눈으로 볼 것 떠나고 싶은 자 홀로 떠나는 모습을 잠들고 싶은 자 홀로 잠드는 모습을
가장 큰 하늘은 언제나 그대 등 뒤에 있다.
떠나고 싶은 자를 붙잡지 말고 , 잠들고 싶은 자를 깨우지 말고, 말하지 말라고 한다. 서둘지 말고, 쉽게 꿈꾸지 말고, 쉽게 흐르지 말고, 쉽게 꽃 피지 말고, 그 모든 모습들을 실눈으로 보라고 한다. 진정으로 자신이 하고 싶어하는 것을 하게 하는 것, 그것이 사랑임을 말하고 있다. 즉 사랑하는 이에 대한 존중이다. 우리가 보통 사랑이라 말하는 것은 자신이 사랑하는 이를 소유하고 싶고, 자신이 그 사람을 보고 싶어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은 자기욕심, 자기만족을 위해 그 사람을 가까이 하고 싶어하는 것이다. 그러나 진정한 사랑은 ‘나는 너를 사랑한다. 그러니 너도 나만을 사랑하라.’는 식의 사랑이 아니라, 사랑이라 말하지 않으면서, 늘 등 뒤에서 그 사람이 하고 싶은 것을 도우면서 그 사람을 보이지 않게 보호하고 사랑하는 것이 더 큰 사랑임을, 더 성숙한 사랑임을 이 시에서는 말하고 있다. 그래서 ‘가장 큰 하늘은 언제나 그대 등 뒤에 있다.’고 한 것이다. 강은교 시인은 1945년 함경남도 흥원 출생이며, 1968년 《사상계》 신인문학상에 순례자의 밤으로 등단. 초기에는 절대적인 허무 의식을 드러내며 존재의 탐구에 관심을 쏟다가, 점차 사회적·역사적 삶으로 시야를 넓혀 간 시인이다. 송파신문사(songpanews@naver.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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