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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 정완영
그것은 아무래도 태양太陽의 권속眷屬은 아니다 두메산골 긴긴 밤을 달이 가다 머문 자리 그 둘레 달빛이 실려 꿈으로나 익은 거다
눈물로도 사랑으로도 다 못 달랠 회향 懷鄕의 길목 산과 들 적시며 오는 핏빛 노을 다 마시고 돌담 위 시월十月 상천上天을 등불로나 밝힌 거다
초가집 까만 지붕 위 까마귀 서리를 내리고 한 톨 감 외로이 타는 한국韓國 천년千年의 시장기여 세월도 팔장을 끼고 정으로나 가는 거다
가장 아름다운 한국적 전원 풍경을 담은 작품이다 . 우리 민족의 농경문화 속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인 한국의 자연, 한국의 정서가 가장 잘 드러나는 모습이다. 이 작품의 소재인 ‘감’은 고향의 정서, 자연의 정서를 나타내 준다. 시각적 심상이 두드러진 이 작품에서 ‘감’을 ‘달이 가다 머문 자리’, ‘꿈으로 익은 것’, ‘돌담 위 시월 상천’, ‘핏빛 노을 마신 등불’, ‘한국 천년의 시장기’, ‘정’으로 나타내어 은유 및 상징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작품의 전체적 분위기에서 느껴지는 따뜻하고 아름다운 고향의 정서가 ‘감’으로 형상화 되어 있다. 감이 익어가는 공간은 한국의 어느 산비탈의 모습일 수도, 아니면 마을 한가운데의 모습일 수도 있다. 늘 우리들 마음이 달려가는 고향, 그곳엔 언제라도 우리들의 마음을 편안하고 넉넉하게 감싸주는 자연적 환경이 있다. 인간이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모습의 단면을 위 작품은 보여주고 있다. 정완영((1919~2017)시인은 경북 금릉 출생이며 1960년 《국제신보》 《현대문학》, 196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조집 『채춘보』 『묵로도』 『산이 나를 따라와서』 『백수시선』 『연과 바람』 『구름산방』 『난보다 푸른 돌』 및 『시조창작법』, 영·일·중문 번역시조집인 『엄마 목소리』 등을 출간했다. 김천에는 백수白水 정완영문학관이 있으며 올해 정완영 탄생 100주년 기념행사도 했다. 김태평기자(songpanews@naver.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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