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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월涯月에서 이일향
수평선 저쪽에서 누가 나를 기다리나
절벽은 여기 있는데 달은 아직 뜨지 않고
파도만 어둠을 몰고 와 발 밑에 부서지다
지는 해 바라보며 갈대는 목을 꺾고
뜨는 달 기다리다 돌처럼 굳은 슬픔
쌓았다 허무는 모래성 바람이 쓸고 있다
이일향 (1930~)은 경북 대구 출생이며 1983년 《시조문학》에 추천 완료된 시조시인이다. 시조집 『석일당 시초』 『구름 해법』 『시간 속에서』 『목숨의 무늬』 『그곳에서도』외에서 여러 권이 있다. 윤동주문학상, 노산문학상, 한국시조대상 등을 수상 했으며, 한국여성시조문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작품의 화자는 지금 제주 애월의 바다를 보고 있다. 가고 없는 사람들을 그리워하며 회환에 잠기고 있다. 그리고 생각한다. 절벽 위에 달이 뜰 때도 되었는데, 달은 뜨지 않고 파도만 어둠을 몰고 와 발 밑에 부서지고 있다고. ‘뜨는 달 기다리다 / 돌처럼 굳은 슬픔’이라는 표현 속에서 달이 뜨기만을 기다리며 살아온 세월은 어쩌면 모래성을 쌓는 것처럼 허무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끊임없이 부서지고 밀려가면서도 다시 또 밀려오는 파도처럼, 삶은 또 그렇게 이어져 가는 것이리라. 세월이 그렇게 흘러가듯이…. 송파신문사(songpanews@naver.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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