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손을 뻗쳐 들고 먼 하늘 내밀던 가지 물무늬 하나 없이 바람 속을 휘젓더니 한 송이 싱싱한 꽃을 낚아 올려 보이고,
꽃잎을 창으로 열고 내다보는 눈이 있어 주름진 조약돌 곤한 잠에 빠져들고 바람만 혼자 나와서 가지 사일 누빌 때,
기진한 짐승처럼 햇빛 아래 누운 연못 한 마리 소금쟁이 재빨리 달아나고 아득한 태초의 넋이 뒤척이는 물빛 속
詩 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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宇玄 김민정 | 고요한 정원의 모습이 눈에 보이는 작품이다. 화자는 정원의 조용한 움직임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있다. 첫 수에서는 하늘로 가지를 내밀던 나무가 바람 속을 휘젓고 드디어 꽃을 피우는 싱싱한 장면을, 둘째 수에서는 '꽃잎을 창으로 열고' 내다보는 눈이 있다고 한다. 꽃잎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눈은 신의 눈, 또는 하늘의 눈, 또는 땅의 눈일 수도 있다. 꽃잎을 창으로 하여 세상을 내다보는 그 눈에는 '주름진 조약돌 곤한 잠에 빠져들고’의 정적과 그 사이에 바람은 가지 사이를 누비며 나뭇가지를 흔들고 있는 모습도 보인다. 셋째 수는 기진한 짐승처럼 햇빛 아래 조용히 누운 연못을 말하고 있다.
여기서도 조용한 가운데 ‘한 마리 소금쟁이 재빨리 달아나고 / 아득한 태초의 넋이 뒤척이는 물빛 속’이라고 표현해 아주 조용한 것 같으면서도 움직임이 있는 ‘정중동(靜中動)’을 말하고 있다.
조용한 가운데 끊임없이 활발하게 생명이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그 가운데 평화로움과 여유가 존재하는 작품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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