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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가 있는 병영

후박나무에게(이정환) - 시가 있는 병영 87

by 시조시인 김민정 2009. 9. 30.






 

 

2009년 09월 28일 국방일보 

詩가 있는 병영 - 후박나무에게 <이정환>

너의 그늘은 기름지고 치렁치렁해 잎사귀에 볼 부비면 눈물 머금게 된다

이제는
죽어도 좋을
남도 여름날 한낮

후박나무여 후박나무여 완도 수목원 앞뜰을 지키고 선 후박나무여

찰진 잎사귀들을 온 사방으로 펼쳐 놓고 눈길을 붙잡은 채로 놓아줄 줄 모르는, 예순 날 예순 밤을 붙들어 두고 싶은, 마주 껴안고 깊숙이 연리목이고 싶은 후박나무여 네 앞에 서기까지 참고 기다려 온 반백 년

다시금
반백 년의 날을
네 그늘에 묻혀 갈지니…


 

작가는 1981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 ‘분홍물갈퀴’, '물도 잠잔단다' 외

 


후박나무란 이름에서는 왠지 후덕함이 느껴진다. 넓은 잎 때문에 붙여진 이름일까. 이 시에서의 후박나무는 후박나무의 덕성을 지닌 인물의 상징이라 볼 수 있다. 아마도 후덕한 덕을 지닌 여인일 것이다. “예순 날 예순 밤을 붙들어 두고 싶은, 마주 껴안고 깊숙이 연리목이고 싶은 후박나무”인 것이다. 화자의 아내 또는 연인에 대한 상징이다. 이 때문에 화자는 “다시금/ 반백 년의 날을/ 네 그늘에 묻혀 갈지니…”로 노래하고 있는 것이다. <시풀이:김민정 -시인·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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