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상철문학상 제5회 심사평>
각시붓꽃의 예쁜 모습을 형상화
김민정(한국문협 부이사장, 시조시인)
각시붓꽃*
김현자
수줍은 붓꽃 하나
숨어 핀 잎새 위로
신이 만든 은빛 가루
쏟아지는 아침 나절
보라빛 진주로 치장한
새침데기 새색시다
*각시붓꽃: 4월~5월에 피며, 산지에서 자라는 토종식물
모상철문학상 5회에는 모처럼 단시조가 수상작으로 뽑혔다. 군더더기 하나 없는 깔끔한 작품이다. 단시조가 좋다고 생각하면서도 단시조로 수상작을 내기란 쉽지 않은 결정인데 작품이 좋아 이번에 수상작으로 결정되었다. 김현자 수상자님께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단시조는 단시조만의 장점이 있고, 연시조는 연시조만의 장점이 있다. 단시조는 주제를 드러내기 좋고 짧은 순간, 순간포착의 묘미를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작품이다. 짧아서 외우기 좋고, 기억에도 오래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조시인들은 단시조 쓰기가 더 어렵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것은 짧은 글 안에 주제의 핵심이 잘 드러나도록 표현해야 하고 그랬을 경우 그 표현력이 뛰어나서 사람들의 가슴을 파고들 수 있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시조를 노련하게 쓰는 경우에만 성공할 수 있다. 물론 어쩌다 단시조를 써도 그 표현력이 뛰어나다면 훌륭한 작품으로 남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럴 경우는 드물고 대체로는 많이 갈고 다듬은 다음에 쓰는 것이 단시조라는 생각이 든다.
단시조를 수상작품으로 잘 선정하지 않는 이유는 그 시조로 그 작가의 역량을 충분히 파악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 시인이 시조 작품을 끌고 가는 힘이 얼마큼인지, 앞으로 얼마나 꾸준하게 작품을 쓸 수 있을 것인지 단시조 한 수만 보아서는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름을 가리고 블라인드 심사를 할 경우에는 그 작가를 잘 알 수 없기 때문에 연시조를 주로 수상작으로 내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번에는 응모작품이 꽤 많았다. 몇 몇 작품들이 물망에 올랐으나 최종적으로 선발된 것은 이 작품이다. 단시조라 각시붓꽃의 아름다움을 표현한 주제가 뚜렷하게 잘 드러나 있고 조금은 수줍은 듯 얌전하게 피어있는 꽃의 모습을 새색시라고 예쁘게 표현하고 있는 점이 뛰어나다.
000 시인의 「화엄사 홍매」 000 시인의 「돌담의 미학」 000 시인의 「가을바람」 등도 좋은 작품으로 거론되었으나 최종적으로 심사위원들(원용문, 김흥열, 박헌오, 김민정)은 김현자 시인의 「각시붓꽃」을 수상작으로 결정했다. 이번에 수상하지 못한 분들도 앞으로 좋은 작품으로 또 도전하시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수상작 「각시붓꽃」 작품을 대하면 한 송이 우아한 각시붓꽃을 바로 눈앞에 보듯 청초한 보랏빛 꽃의 느낌과 향기까지 스며올 것 같은 선명한 이미지를 느낄 수 있다. 오전 햇살이 찬란히 비추는 곳에서의 보랏빛 진주같이 반짝이는 각시붓꽃, 그 아름다움이 손에 잡힐 듯하다. 이렇게 아름다운 작품 앞으로도 많이 창작하시길 바라며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2024. 1. 1. 시조시인 김민정 지(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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