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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논문.평설

따뜻하고 정성 담긴 손편지

by 시조시인 김민정 2023. 5. 1.

<최승범선생님 추모글>

 

따뜻하고 정성 담긴 손편지

 

                                                                                                                           김민정(시조시인,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

 

지난 115일 문득 접한 선생님 소식에 놀랐다. 한창 한국문인협회 제28대 임원선거로 선거 운동이 한창 진행되던 시기였다. 향년 91세 선생님의 장례를 뉴타운 장례식장에서 전북문인장으로 14일 오전 11시에 치루었다는 소식이라서 한국문인협회 조기조차 보내드리지 못해 너무나 송구스러웠다.

책을 보내드리면 최승범 선생님은 깨끗한 한지에다가 만년필 글씨로 책을 잘 받았다며 내 시조 한 편씩을 써서 보내주시던 정성 가득한 손글씨 편지가 지금도 눈앞에 아른거린다. 그러한 모습에서 선생님의 성실하고 진실된 모습을 찾아볼 수 있었다. 책을 출간할 때마다 보내드렸고, 그 때마다 선생님의 손편지를 받았기에 나의 스크랩북에 소중하게 정리해 두었는데, 이제 그 중의 몇 편을 소개해 볼까 한다. 처음에는 짧은 엽서였다.

 

김민정 시인님께

 

, 여기에 눈을 뜨네

1998년 저때도 3이었지요.

이번 두 번째 시집

지상의 꿈받게 되어 기쁩니다.

祝賀합니다.

장장 넘기며

시인 가락에 젖겠습니다.

 

2005. 3. 19. 최승범 절

 

김민정 시인님께

 

안녕하십니까/ 이번에도 귀한 시집/

백악기 붉은 기침/ 보내주심, 감사합니다.

 

-널 보며/ 생각한다/ 세월이 둥글다는 걸

널 보며/ 생각한다/ 세상이 둥글다는 걸

 

생명을/ 키우는 힘은/ 둥긂속에 있다는 걸

- 몽돌을 위한 명상

 

을 가만가만 읊조려 봅니다./ 내내/

건승하시기 비옵고,/ 오늘 이만 줄입니다.

 

2014. 9. 24/ 최승범 절

 

김민정 시인님께

 

안녕하십니까./ 어려움 속에서도/ , 그 순간/ /

대역 시집/ 잘 받았습니다./ 고맙습니다./

맥캔교수의/ 짧은 소개문도/ / 기쁨이었습니다./

상재를/ 거듭거듭/ 축하하옵고/ 오늘 짧은 글/ 줄입니다./

2021. 6. 10/ 최승범 절

 

처음 편지는 엽서에다 보내셨지만, 언제부터인가는 깨끗한 한지에도 정성스레 쓴 편지글을 보내주셨다. 직접 뵌 적은 많지 않았지만, 편지글을 통해 진솔하고 따뜻하고 겸손한 선생님의 마음이 전달되는 것만 같아 늘 고마운 마음이 들었었다.

최승범 선생님은,

나는 다시 세상에 태어난다고 해도 역시 전라도 내 고향에 태어나고, 전라도 내 대학에 다니고 싶고, 전라도 내 대학에서 교수 생활하고 싶다."(2008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주관 한국 근현대예술사 구술 채록 당시의 말씀), 고향에 대한 강한 사랑을 보이셨다. 최승범 선생님은 전북 남원에서 태어나 전북대 교수로 강단에 섰고, 정년퇴직 후에도 전주 고하문예관 관장으로 활동하고 계셨다.

1931624일 최승범崔勝範 선생님은 남원군 사매면 서도리(노봉마을) 삭녕 최씨 집성촌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입학 전 할아버지로부터 추구(捶句)를 배웠고, 할머니로부터 고전 소설을 듣고 자랐다. 초등학교에 입학해서는 소학(小學)을 배웠다. 그리고 남원농고 재학시 문예부 활동을 하며 문사의 꿈을 키워, 1949전주 명륜대학(1952년 전북대로 통합)에 입학하여 국문과와 대학원을 졸업하였다. 전북대 대학원에서 계축일기(癸丑日記)로 석사학위를 받고, 한국수필문학연구로 박사학위를 받는다. 저서 55권 중 반 이상이 수필집이라고 한다. 그는 전통과 풍류를 찾아 현대화하는 온고지신의 수필정신을 지녔다고 한다. 시조계에서는 시조시인으로 알려져 있다.

1952년 전북대 초대 문리과대학장으로 온 시조시인 가람 이병기(18911968)에게 배웠고, 1958현대문학에 소설가 김동리(19131995)의 추천으로 시조시 설경, 소낙비를 실으며 등단했다. 대학에선 고전문학을 연구했고, 1969년 지역 동인지 전북문학을 창간했다. 1996년 전북대 교수 퇴직 후 같은 해 고하문예관 관장으로 부임, 최근까지 원로 작가로서 지역을 지키며 문학에 전념했다. 2008년 구술 채록 당시 "야나기 무네요시가 한국예술문학의 특질을 이라고 얘기했고, 저도 처음엔 그것에 혹했지만, 지금은 신바람, 풍류 정신이 우리 예술의 힘이라고 생각한다."고 말씀하셨다. 최승범 선생님은 시인 신석정(19071974)의 사위이기도 하다.

선생님은 후조의 노래(1968), 가랑잎으로 눈 가리고(2004), 행복한 노후(2019), 자투리(2021), 짧은 시, 짧은 여운(2021) 등 시집 20여 권과 수필집 반숙인간기(1968), 여운의 낙서(1973) 등과 수필 ABC(1965), 한국 수필문학 연구등 약 55권의 저서를 남겼다. 한국문인협회 전북지부장, 한국문화단체총연합회 전북지부장, 한국언어문학회장 등을 역임하였다. 운시조문학상, 한국현대시인상, 가람시조문학상, 한국문학상, 한국시조대상, 목정문학상, 민족문학상, 만해대상 문예부문 등을 받기도 했다.

선생님은 전북의 정신적 어른 역학을 충실하게 해 오며 교수로 재직하면서 후학을 양성함과 동시에 다양하고 왕성한 문학활동을 통해 전북문학의 위상을 확립한 분이셨다.

 

시조계에서도 진솔하고 따뜻한 시조 작품과 함께 성실하고 따뜻하고 겸손한 분이라 오랫동안 후배들의 귀감이 될 것이라 여기며 최승범 선생님께 깊은 추모의 마음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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