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청풍명월 백일장 심사평>
나잇대에 걸맞는 작품과 적절한 비유가 돋보인 우수한 작품
김민정(한국문인협회 시조분과 회장, 문학박사)
한국의 전통시인 시조를 아끼고, 그 형식을 완벽하게 익혀 백일장까지 참여했다는 것은 참으로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것은 우리문화를 아끼고 사랑하는 일이며, 자존감과 자긍심이 있는 행위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백일장에 참여한 여러분들은 상을 받는 분이건 아니건 모두 애국자들이기도 합니다. 모든 사랑은 나로부터 시작하고 나로부터 퍼져나가는 것입니다. 문화도 마찬가지입니다. 나의 가장 가까운 주변의 문화부터 사랑하다 보면 고장의 문화를 사랑하고 나라의 문화를 사랑하고 세계의 문화를 사랑하게 되는 것입니다. 가장 가까운 것부터 사랑해야 가장 먼 것도 사랑하게 되는 것입니다. 요즘 한류문화가 세계의 붐을 이루어 가고 있습니다. K-팝이 세계를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시조도 마찬가집니다. K-시조로 세계를 향해 나아가야 합니다.
이 땅에 살면서도 시조의 형식이 어떠한지, 그리고 시조라고 하면 아직도 음풍농월이나 읊조리고, 시조창만 떠올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에게 현대시조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그리고 우리의 현대사상과 감정을 얼마나 잘 표현하고 있는지를 알려줘야 합니다.
이번 백일장에서 장원한 대치초등학교 정지우 학생의 ‘라면’이라는 제목의 작품은 배고플 때 제일 먼저 생각나는 간식과 엄마표 매운 잔소리를 비유하고 있어 뛰어났습니다. 또 산본중학교의 류승효학생의 ‘라면’에서는 라면의 빽빽하게 엉킨 모습을 이번 주 해내야할 과외수업 시간표 같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어른이 되면 도로 술술 풀릴까라며 라면이 끓으면 풀리듯이 훗날 자신의 인생에 비유해 보고 있습니다. 또 양정고등학교 최윤수학생의 ‘짝꿍’이란 작품에서는 강물과 들, 흰구름과 산, 벌나비와 꽃밭, 그리고 엄마아빠를 짝꿍의 소재로 하면서 엄마아빠도 겉으로는 미워하는 것 같지만 서로 없어서는 안 될 짝꿍이라면 외면이 아닌 내면까지 갈파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 일반부에서는 ‘흔적’을 주제로 한 작품이 돋보였는데, 다 키워 딴 살림을 낸 아들이 바빠서 금방 전화를 끊어버린 상황의 서운한 마음을 키우던 과정을 생각하며 더 이상은 내게 아니라며 스스로를 위로하는 모습이 나타납니다. 아들의 모습을 보면서 아버지를 생각하며 아버지의 마음을 비로소 이해하는 모습이 나타납니다. 자식 셋을 키워야 비로소 부모의 마음을 이해한다던 말들이 생각납니다.
작품들을 심사하며 느낀 것은 현실감각과 각각의 나잇대가 잘 나타난다는 점입니다. 초등학생은 초등학생다운 발상, 중학생은 중학생다운, 고등학생은 고등학생다운, 일반인은 일반인 나잇대의 발상이 고스란히 작품에 드러난다는 것입니다.
시조는 ‘시절가조’를 줄인 말입니다. 그때그때 시절에 맞게 읊조리는 노래란 뜻입니다. 나이별로 이렇게 내용이 잘 나타나고 있으니 내용만 보아도 글을 쓴 사람이 초등학생인지, 중학생인지, 고등학생인지, 성인인지도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모두 적절하게 자기수준의 작품을 잘 썼다는 의미입니다. 모두 앞으로 더 멋진 작품을 써서 시조의 앞날을 빛내주시기를 바랍니다. 장원을 한 작품 외에도 우수한 작품들이 많았습니다. 최고의 상을 못 받았다고 실망하지 마시고 앞으로 더욱 노력하여 멋진 시조작품을 탄생시키며 좋겠습니다.
요즘 지자체마다 시조백일장을 할 수 있도록, 지자체장들이 후원하고 있어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문학을 키우는 일은 문화를 키우는 일이며, 문화민족이 되도록 돕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후원을 해 주신 충청북도와 충청북도교육청에 감사드리며 또한 이 행사를 주최한 충북시조시인협회 정형석회장님과 다른 회원님들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청풍명월 백일장이 더욱 풍성해지고, 더 멋진 시조작가들을 많이 배출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2022년 10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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