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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논문.평설

<사봉(師峰) 장순하선생님 고별사> 눈보라 비껴 나는/ -전(全)ㅡ군(群)ㅡ가(街)ㅡ도(道)

by 시조시인 김민정 2022. 5. 4.

<사봉(師峰) 장순하선생님 고별사>

 

눈보라 비껴 나는/ -()ㅡ군()ㅡ가()ㅡ도()

 

김민정(()한국문인협회 시조분과 회장)

 

오늘 우리 시조계는 또 한 분 소중한 원로 시조시인 사봉(師峰) 장순하선생님을 아쉽게 떠나보내야 합니다. 좀 더 오래 함께하며 더 좋은 가르침과 창작품을 대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어 한없이 안타깝고 슬픈 마음입니다.

평소 선생님과 자주 만나지는 못했지만, 교과서로 만나 학생들에게 선생님의 시조를 가르쳤던 만큼 늘 따스한 미소의 선생님 모습이 제 기억 속에 남아 있습니다.

선생님은 시조라는 한 분야에 65년이란 세월을 쏟아부었습니다. 시조는 한국의 전통시이며 신라시대 정형시였던 향가로부터 유례하여 1000여 년의 세월을 두고 이어져 왔고, 현재에도 활발히 그 정형을 지키며 창작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러한 어려운 상황에서도 우리의 전통시인 시조를 아끼고 사랑하여 창작하시며 오늘까지 오셨습니다. 투철한 사명감과 열정 없이는 힘든 일입니다.

선생님은 1957년 제1회 개천절 전국백일장에서 통일 대한으로 장원한 후, 1958현대문학울타리를 게재하며 문단에 등단하셨습니다. 1966년 선생님의 첫 시조집 백색부白色賦에 포함된 고무신은 시조에 줄표를 넣기도 하고 네모 상자 안에 시어를 넣기도 하면서 시각적인 효과를 도입히여 교과서에 실리며 유명해지셨습니다. 선생님의 실험적이고 회화성이 강한 작품은 후배 시인이나 제자들에게 큰 충격을 주셨고, 선생님은 생전 현대시조의 개척자라는 평을 들으셨습니다.

눈보라 비껴 나는/ -()ㅡ군()ㅡ가()ㅡ도()’로 시작하는 고무신이란 작품은 전주에서 군산으로 가는 여행 중에 차창에 비친 한가한 시골집의 풍경입니다. 섬돌에 놓은 신발에 초점을 맞추어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자식의 것으로 추정되는 신발의 강조를 통해서 고단하지만 단란한 한 가정의 모습, 또 네모의 형상을 통해 외부적 시련에 저항하는 가족의 단합과 유대감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 한 작품만으로도 선생님의 소외된 이웃에 대한 따뜻한 마음과 다양한 형태 실험으로 전통적인 율격에 충격을 주고자 했던 실험정신을 알 수 있습니다. 현대시조를 새롭게 개척하고자 하셨던 선생님의 작품정신을 후배시인들은 잊지 않겠습니다.

8권의 시조집과 8권의 작품전집을 남기신 사봉 장순하선생님! 이제 육체는 우리 곁을 떠나지만, 선생님의 시조정신은 오래오래 우리 곁에 남아 있을 것입니다.

사봉(師峰) 선생님! 후배시조시인들이 아쉽고 슬픈 마음으로 보내드리오니 편안한 모습으로 이제 봄햇살 눈이 부신/ -()ㅡ군()ㅡ가()ㅡ도()’로 훨훨 날아 영면하시옵소서. 유가족 여러분께도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2022. 5. 2.()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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