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모상철시조문학상 당선작품>
동백섬 이야기
천 옥 희
바다는 섬을 안고 파도로 다가와서
세차게 부드럽게 쉼 없이 쓰다듬어
섬 안에 동백꽃 가득 피워놓고 있더라
저마다 섬이 되어 홀로 사는 도시에서
나는 네게 너는 내게 바다로 오고가면
우리도 예쁜 꽃송이 피워낼 수 있겠지
네게로 달려가니 내게로 너도 오라
만나서 발 구르며 하늘 보고 크게 웃자
함께라 더욱 고운 꽃 향기롭게 피우게
<제3회 모상철시조문학상 심사평>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주제의식 표현
김민정((사)한국문협 시조분과회장, 성균관대 문학박사)
어느 새 모상철시조문학상이 제3회를 맞았다. 이번에 응모작품은 75편으로 많은 편이라 보기는 어렵다. 이 상이 집안잔치라는 인상을 주지 않으려면 조금 더 널리 홍보가 되어 많은 곳에서 많은 작가들이 응모할 수 있어야 한다. 좀 더 홍보가 많이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많은 문인들이 볼 수 있는 곳에 광고를 해야 하고, 홍보를 계속적으로 널리 해야 한다.
좋은 작품이 선정되어야 하고, 선정된 작품이 우수할 때 상의 공정성도 인정받게 될 것이다. 많은 문학인들이 진심으로 받고 싶어하는 상이 되어야 하고, 많은 사람이 경쟁해서 거기서 뽑혔을 때, 상을 탄 당사자는 더 자랑스럽고 상의 가치도 더욱 높아질 것이다. 또 상을 받은 사람들은 더 분발하여 좋은 작품을 쓰고자 노력할 때 자신의 성장은 물론이고 상의 명예도 올라간다.
제1회 모상철시조문학상을 받은 임만규시조시인은 상을 받은 지 2년 만에 시조집 『사막에서』를 발간했으며 현재 열심히 창작활동을 하고 있다. 제2회 모상철시조문학상을 받은 배종도시조시인도 상을 받은 지 1년 만에 이번에는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되었다. 상을 받았다고 자만하지 않고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자신을 한 층 더 높은 곳으로, 좋은 작품으로 이끌고 간 예가 된다. 이 상을 제정한 모상철시조시인은 물론이고, 심사위원들도 기분 좋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제3회 모상철시조문학상은 천옥희시조시인의 「동백섬 이야기」를 당선작으로 뽑았다. 진길자시조시인의 「신발 수선공」과 최은희시조시인의 「꽃의 환(幻)」, 「닥종이」 등도 좋은 작품으로 거론되었으나 「동백섬 이야기」가 현재 도시민의 외로운 생활에 대한 희망과 긍정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면을 높이 평가하여 심사위원들(김흥열시인, 이석규시인, 김민정시인)의 만장일치로 당선작으로 결정하게 되었다.
‘동백섬 이야기’는 동백섬이라는 실존하는 섬 이미지와 사람들 마음속의 외로운 섬을 아우른 작품이다. 지명으로서의 동백섬은 동백꽃이 많이 피어 그렇게 부르는지는 알 수 없지만, 우리의 가요 조용필의 ‘돌아와요, 부산항에’란 작품으로 유명해진 섬이기도 하다. 노래가사처럼 부산 해운대에도 동백섬이 있고, 그리고 여수 오동도에도 동백섬이 있다.
이 작품 첫째 수에서 두 곳 중 어디를 지칭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어느 곳이든 상관없이 동백꽃이 많이 핀 섬을 말하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바다는 섬을 안고 파도로 다가와서/ 세차게 부드럽게 쉼 없이 쓰다듬어/ 섬 안에 동백꽃 가득 피워놓고 있더라”라며 사실 묘사로 동백꽃이 아름답게 핀 모습을 관조하고 있다. 그렇게 동백꽃이 아름답게 필 수 있는 것은 때로는 세차게, 때로는 부드럽게 쉼 없이 파도로 쓰다듬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화자는 보고 있다.
둘째 수에 오면 시야가 동백꽃을 피운 섬, 즉 외면에서 내면으로 바뀐다. 저마다 외로운 섬으로 홀로 살아가는 도시인의 삶을 비추고 있다. 나도, 너도 다 하나의 섬으로 떠서 외롭게 살아가고 있는 현실을 말하고 있다. 그러나 그 외로움을 극복하려면 나는 네게로 가고, 너도 내게로 오면 된다. 바다를 통해 그렇게 오고 가며 소통하면 너와 나가 합친, 우리도 그 동백섬처럼 예쁘게 꽃을 피울 수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을 상상한다.
그리고 셋째 수에 오면 그것을 강력하게 실천하려는 의지를 갖는다. “네게로 달려가니 내게로 너도 오라/ 만나서 발 구르며 하늘 보고 크게 웃자/ 함께라 더욱 고운 꽃 향기롭게 피우게”라며 너와 나의 만남을 위한 적극적인 마음과 행동을 취한다. 나도 적극적으로 행동하니 너도 그렇게 하라는 명령법과 청유법을 쓰고 있으며 그렇게 하는 목적은 바로 ‘너와 내가 합쳐 더 크고 아름다운 꽃을 피우기 위함’이다.
이 작품은 외부에서 내부로 파고들며 관조적 관점에서 점점 적극적, 실천적 관점으로 바뀌는 점층법적 구성을 가지고 있다. 또한 외부에서 내부로, 그리고 셋째 수에 오면 다시 외부로 시야가 확장되어 펼쳐진다. 이것은 정반합의 논리로 새로운 화합을 끌어내는 변증법의 구성으로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주제의식을 잘 전달하고 있다.
제3회 모상철시조문학상을 수상하는 천옥희시조시인님께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앞으로 더욱 아름다운 작품 쓰시어 한국시조문단에서 빛을 발해 주시기를 기대한다.
2022. 1. 13. 김민정 지(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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