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석주문학상 심사평>
잠언箴言
정 광 영
피 천석千石을 달여야
뼈 만 개를 바수어야
빛나는 한 줄의 시 쓰여지지 않겠냐고
한 방울 진한 눈물이 배어나오지 않겠냐고
공들이기 삼십여 년 이제야 깨닫노니
오직 신의 영역에 사람은 어림없다
그렸던 허상을 모아 불구덩 속에 넣는다
지하 일만 이천 미터
싯뻘건 마그마에 들어
내 몸 내 생각 함께 들끓어서
금강석 잃었던 순수를 다시 얻을 수 있다면
말이 다 없어지고 텅 빈 우주의 끝자락
별은 왜 자라나며 정령들은 자꾸 태어나나
제 울음 하나씩 물고 새떼들은 날아오르나
작품 「잠언箴言」으로 제3회 정석주문학상 수상하시는 정광영선생님께 축하드립니다.
시를 한 편 읽고 감상하는 사람들은 별 것 아니라고, 참 쉽게 쓰여진 것 같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시인이 시 한 편을 빚어내기 위해서는 몇 날 며칠을 끙끙될 수도 있고, 때로는 몇 년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쓰다가 마음에 안 들어 못 쓰고 있다가 또 꺼내서 완성하는 경우도 있고, 또 마음에 안 들어 처박아 두었다가 몇 년 후에 우연히 작품을 보게 되어 완성하여 발표하는 경우도 있으니 말입니다. 이 작품은 바로 그런 시쓰기의 어려움을 말하고 있습니다. 빛나는 작품 한 편 완성하겠다는 것이 모든 문학인들의 소망이며 오랜 꿈이기도 합니다. 모든 사람들에게 공감을 주는 작품 한 편 완성하여 후대에까지 그 작품을 남게 하고 싶다는 꿈이 시인들로 하여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끊임없이 시를 쓰게 하는 원동력이 되는 것입니다.
‘피 천석千石을 달여야/ 뼈 만 개를 바수어야/ 빛나는 한 줄의 시 쓰여지지 않겠냐고/ 한 방울 진한 눈물이 배어나오지 않겠냐고// 공들이기 삼십여 년 이제야 깨닫노니/ 오직 신의 영역에 사람은 어림없다/ 그렸던 허상을 모아 불구덩 속에 넣는다’고 시인은 말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정성을 들여도 만족할만한 좋은 작품 한 편 건지기가 어려워, 시인은 좋은 시를 빚는 것은 오직 신의 영역으로까지 느끼고 있습니다. 그래서 시인으로 공들인 30여 년을 불구덩 속에 넣는다고 합니다. 그러나 끝내는 다시 깊은 땅속 싯뻘건 마그마에 들어 내 몸 내 생각이 함께 들끓어서 금강석을 얻고 싶은 시인의 마음, 그렇게 될 수 있기를 간절하게 바랍니다. 그래서 마침내 말이 다 없어지고 텅 빈 우주의 끝자락에서도 별은 자라나고 정령들은 태어나듯이 시인은 저의 목소리로 제 울음 하나씩 물고 날아오르는 새떼처럼 날아오르고 싶은 것입니다. 마음에 드는 작품 한 편 쓰기의 어려움과 그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좋은 시를 쓰고 싶은 시인의 바람을 잘 드러낸 작품입니다. 단 한 편의 작품이라도 얻기 위해 시인들은 남모르는 고통 속에서 오늘 밤도 시를 씁니다.
정석주문학상을 수상하는 정광영 시인님께 다시 축하드리며 앞으로 더 좋은 작품 많이 쓰시어 나래시조문학을 더욱 빛내주시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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