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정의 송파문학의 향기>
남한산성 <김윤숙 >
빈틈없는 여장성벽 안개에 휩싸인다 가파른 붉은 흙길 애초에 잘못 들어 근본에 없던 무릎 통증 온몸이 저려온다
잠시 앉은 나무의자 선뜩 든 한기는 “흙냄새 속에서 살아가야 할 아득한 날들이*” 울음의 흔적 고이듯 오래된 그림자로 내려
아직은 이름 봄 뼛속까지 냉골인 서문에 이르는 진흙 속에 놓던 발바닥 젖은 잎 덜 마른 귀퉁이 끌리는 용포 자락
하늘에 고해야 할 간곡함 그 시각일까 순식간 드러난 초고층의 건물들 눈앞이 아득하였다, 어찌 가 이를 건가
*김훈의 소설 『남한산성』
김윤숙시인의 「남한산성」을 읽으면 병자호란과 인조가 생각난다. 이 작품의 화자는 힘들게 남한산성을 오르며 잠깐 쉬는 나무의자에서 ‘울음의 흔적 고이듯 오래된 그림자로 내’리는 남한산성을 보고 있다. 이곳으로 피난 왔던 조선의 16대 왕 인조의 용포를 생각하고 당시의 상황을 생각한다. 경기도의 광주시, 성남시, 하남시에 걸쳐있는 남한산을 중심으로 하는 이 남한산성에서 병자호란 때 인조가 청나라에 대항했던 것이다. 죽음을 불사하고 청에 맞서야 한다는 주전파와 치욕을 감수하고 항복해 살아야한다는 주화파의 설전 속에 왕의 마음도 괴로웠을 것이다. 김상헌은 “가벼운 죽음으로 무거운 삶을 지탱해야 한다.”고 했고, 반면 최명길은 “백성과 더불어 죽음을 각오하지 말라”고 주장한다. 인조는 이곳에서 40여일간 항전하다가가 결국 성문을 열고 항복하여 삼전도의 비극을 보였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곳은 이제 초고층의 건물이 들어서고 있다. 화자는 그렇게 들어서는 건물을 보며 ‘눈앞이 아득하였다, 어찌 가 이를 건가’라며 안타까워한다. 남한산성에서 바라보는 서울의 야경이 멋있다며 잠실의 롯데타워 사진을 이곳에서 찍으려 사진작가들이 모여들기도 하는 곳이다. 세월은 세상을 참 많이 바꿔놓고 있다. 김윤숙 시인은 2000년 《열린시학》 신인상으로 등단. 시조집으로 『참빗살나무 근처』 『가시낭꽃 바다』 『장미 연못』이 있고 시선집으로 『봄은 집을 멀리 돌아가게 하고』가 있다. 한국시조시인협회 신인상, 시조시학본상 등을 수상했다. 송파신문사(songpanews@naver.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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