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김민정 현대시 100년

김민정의 한국현대시 100년 제17회 - 서시 / 윤동주 (국방일보, 2014. 04. 28)

by 시조시인 김민정 2014. 4. 29.

 

 

 

 

빛나는 별처럼 순수한 삶 살으리라

[현대시] 서시/윤동주
2014. 04. 27 16:10 입력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에 수록

짧은 내용 속 순수한 인간 고뇌 표현

서시 / 윤동주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 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이 시는 이육사와 함께 2대 저항시인이라 불리는 윤동주의 1948년에 간행된 유고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의 서시(序詩·1943년 11월 20일)이며, 그의 대표작 중 하나다. 어둠과 바람 속에서도 결코 꺼지거나 흐트러지지 않는 별과 같은 존재로 순수하고 깨끗한 양심적인 삶을 살고자 했던 시인의 갈망이 잘 나타난 시다. 내용이 짧으면서도 인간의 순수한 고뇌가 잘 나타나 있어 널리 애송되는 시다.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에 들어 있는 전편의 시들은 한 시인의 순결한 젊은 영혼이 사람들에게 줄 수 있는 눈부신 순수의 빛을 펼쳐 보여주고 있다는 평을 듣는다. 그의 시에 자주 나타나는 부끄러움은 그가 조국이 일제하에 있는데도 지식인으로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데 대한 부끄러움이었을 것이며, 또한 진실을 추구하는 의식세계와 현실적 삶 사이의 갈등에서 온다고도 볼 수 있다. 그는 생존시에 문인으로 자처하지도, 문단에 관여하지도 않았다. 그가 사망한 이듬해 경향신문에 ‘쉽게 씌어진 시’가 발표됐고, 2년 후인 1948년 1월에 그의 시 30여 편을 수록한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가 정음사(正音社)에서 출간됐다. 10주기가 되는 55년에 나온 같은 제목의 시집에는 88편의 아름다운 그의 작품이 실려 있다.

 맑게 살고 싶어 했던 그의 서시에 비해 그의 죽음은 너무나 처참했다. 43년 한국 학생 대표들이 중국 장개석 총통과 미국 루스벨트 대통령을 만나러 가던 도중에 체포됐는데, 조선 독립을 도와달라는 탄원을 하러 가는 길이었다. 이 사건으로 일경(日警)은 똑똑한 한국 학생들을 마구잡이로 잡아들였다. 이후 후쿠오카(福岡) 형무소에 수감된 한국 학생들은 정체 모를 실험용 주사를 매일 맞았다. 면회 갔던 친척에 의하면 윤동주의 얼굴은 핏기 하나 없이 창백했고, 몸은 살이 다 빠져 해골 같았고, 손이 너무 뜨거워 악수를 할 수 없었다고 한다.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하는’ 맑디맑은 영혼을 지녔던 윤동주. 사후 그의 영혼은 대시인의 명예를 얻었고, 그의 처참한 육신은 고향 북간도 용정땅에 묻혔다.

 윤동주(1917~1945)는 북간도 명동촌(明東村)에서 출생했으며 1941년 연희전문을 졸업하고 1943년 일본 동지사대 영문과를 수학했다. 중학 재학 시 간도 연길(延吉)에서 발행하던 ‘가톨릭 소년(少年)’에 동시 ‘병아리’ ‘빗자루’ ‘오줌싸개 지도’ 등을 발표했으나 정식으로 문단활동을 한 적은 없고, 유고시집으로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정음사·1948)가 있다. 문학·음악·미술 등 예술 방면의 공부에 전념했고, 농구·축구·대나무 스키 등 스포츠를 즐겼던 시인이다. 조용하고 말이 없으며 늘 인간적인 따뜻함을 지녔던, 흐트러짐 없이 반듯하고 잘 생긴 윤동주 시인. 그의 모교 연세대학교에 그의 서시(序詩)를 새긴 시비(詩碑)가 서 있고, ‘윤동주 장학금’도 만들어 주고 있으며, 문단에선 ‘윤동주 문학상’도 시행하고 있다.


<김민정 시조시인·문학박사>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