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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현대시 100년

김민정의 한국현대시 100년 제8회 - 국경의 밤 / 김동환 (국방일보, 2014. 02. 24)

by 시조시인 김민정 2014. 2. 24.

빼앗긴 조국의 애달픈 현실에 한숨 뿐

현대시-국경의 밤/김동환
2014. 02. 23 16:08 입력

경계가 삼엄한 두만강의 겨울밤 배경 식민지 민족 비애·국경지 동포 삶 그려


 이 시는 1925년에 발간된 김동환의 첫 시집 ‘국경의 밤’에 실렸으며, 현대시 중 최초의 서사시다. 주제는 조국을 상실한 민족의 애환과 비애와 현실의 불안한 삶이다. 시의 내용은 경계가 삼엄한 두만강의 겨울밤을 배경으로 밀수마차로 보낸 남편을 근심하는 아내의 공포와 일제하 민족적 비애를 표현하면서 한만(韓滿) 국경 지방의 동포생활을 선명히 그려내고 있다.

 제3부 72장으로 된 서사시이며, 고대의 서사시와는 달리 주인공이 서사적 인물인 영웅·왕·귀족이 아닌 서민이라는 점 등 차이가 있다.

 제1부의 이야기는 설이 가까운 눈 내린 겨울날 두만강을 건너 만주땅으로 밀수출 소금실이 마차를 끌고 간 남편을 기다리는 아내 처녀는 잡히면 죽기에 남편 오기까지 불안한 시간을 보낸다. 이날 저녁 웬 정체 모를 젊은이가 나타나 처녀의 집 문을 두드린다.

 2부의 이야기는 정체 모를 청년은 8년 전 처녀를 사랑했던 젊은이로 처녀 또한 그를 무척 사랑했다. 하지만 여진족인 처녀는 여진족에게 시집가지 않으면 아버지가 교살된다는 얘기에 어쩔 수 없이 머리 깎은 집중(여진족)에게 시집을 가야 했고, 순이를 사랑하던 청년은 순이가 시집간 뒤 열흘 뒤 마을을 떠난다. 제3부의 이야기는 그 마을을 떠난 청년이 처녀 순이가 그리워 별안간 마을에 나타나 순이를 만나서 예전의 연애 시절로 돌아가자 하나 순이는 남편 때문에 안 된다고 거절한다. 그때 밀수출을 떠났던 남편은 마적의 총에 맞아 시체로 돌아온다.

 김동환(1901~1958)은 함북 경성에서 출생했으며 아명은 삼룡(三龍), 호는 파인(巴人)이다. 1913년 경성보통학교를 졸업하고 1921년 중동학교를 거쳐 일본 동양대학 영문학과를 수학했다. 이후 조선일보 등에 종사했으며 1929년 종합지 삼천리(三千里), 문예지 삼천리 문학을 경영했다. 금성(1924)에 ‘적성을 손가락질하며’가 추천돼 등단, 1950년 납북돼 1958년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초기에는 민족주의 시를 썼으나 30년대에 들어서면서 훼절했다. 시 ‘권군취천명’ 등을 통해 대동아전쟁을 합리화시키며 조국의 젊은이들에게 일제에 협조하기를 강권하는 친일행위였다. 1949년 2월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에 자수, 당시 언론에서는 그가 삼천리지에 발표했던 전쟁협력 논문을 쓴 것은 그 당시의 강압적인 주위 환경으로 불가피한 일이었다고 과거의 반민족전쟁 협력 사실을 시인했다라고 보도했다. 그의 초기 작품 ‘국경의 밤’을 소개한다. 작품과 삶은 분리해 평가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작품의 가치는 인정하되, 비판해야 할 것은 비판해야 한다는 필자의 생각에서이니 오해 없으시기 바란다. 

[1]
 (아아, 무사히 건넜을까.
 이 한밤에 남편은
 두만강(豆滿江)을 탈 없이 건넜을까.
 저리 국경강안(國境江岸)을 경비하는
 외투(外套) 쓴 검은 순경(巡警)이
 왔다 갔다
 오르며 내리며 분주히 하는데
 발각도 안 되고 무사히 건넜을까?)
 소금실이 밀수출마차(密輸出馬車)를 띄워 놓고
 밤새 가며 속태우는 젊은 아낙네,
 물레 젓던 손도 맥(脈)이 풀려서
 파아 하고 붙는 어유(漁油) 등잔만 바라본다.
 북국(北國)의 겨울밤은 차차 깊어 가는데
 
 [2]
 어디서 불시에 땅 밑으로 울려 나오는 듯,
 (어어이) 하는 날카로운 소리 들린다.
 저 서쪽으로 무엇이 오는 군호라고
 촌민(村民)들이 넋을 잃고 우두두 떨 적에,
 젊은 아낙네만은 잡히우는 남편의 소리라고
 가슴을 뜯으며 긴 한숨을 쉰다
 눈보라에 늦게 내리는
 영림창(營林廠) 산림(山林)실이 벌부(筏夫) 떼의 소리언만,
 (후략)

 

기사사진과 설명

김민정 시조시인·문학박사


 

 

 

 

 

 

국경의 밤 / 김동환[1] (아아, 무사히 건넜을까. 이 한 밤에 남편은 두만강(豆滿江)을 탈 없이 건넜을까. 저리 국경강안(國境江岸)을 경비하는 외투(外套) 쓴 검은 순경(巡警)이 왔다 갔다 오르며 내리며 분주히 하는데 발각도 안되고 무사히 건넜을까?) 소금실이 밀수출마차(密輸出馬車)를 띄워놓고 밤 새가며 속태우는 젊은 아낙네, 물레 젓던 손도 맥(脈)이 풀려서 파아 하고 붙는 어유(漁油) 등잔만 바라본다. 북국(北國)의 겨울밤은 차차 깊어 가는데

[2] 어디서 불시에 땅 밑으로 울려 나오는 듯, <어어이> 하는 날카로운 소리 들린다. 저 서쪽으로 무엇이 오는 군호라고 촌민(村民)들이 넋을 잃고 우두두 떨 적에, 젊은 아낙네만은 잡히우는 남편의 소리라고 가슴을 뜯으며 긴 한숨을 쉰다 - 눈보라에 늦게 내리는 영림창(營林廠) 산림(山林)실이 벌부(筏夫)떼의 소리언만,

(후략)

 

이 시는 1925년에 발간된 김동환의 첫 시집 『국경의 밤』에 실렸으며, 현대시 중 최초의 서사시다. 주제는 조국을 상실한 민족의 애환과 비애와 현실의 불안한 삶이다. 시의 내용은 경계가 삼엄한 두만강의 겨울밤을 배경으로 밀수마차로 보낸 남편을 근심하는 아내의 공포와 일제하 민족적 비애를 표현하면서 한만(韓滿) 국경 지방의 동포생활을 선명히 그려내고 있다.

제3부 72장으로 된 서사시이며, 고대의 서사시와는 달리 주인공이 서사적 인물인 영웅, 왕, 귀족이 아닌 서민이라는 점 등 차이가 있다.

제1부의 이야기는 설이 가까운 눈 내린 겨울날 두만강을 건너 만주땅으로 밀수출 소금실이 마차를 끌고 간 남편을 기다리는 아내 처녀는 잡히면 죽기에 남편 오기까지 불안한 시간을 보낸다. 이날 저녁 웬 정체모를 젊은이가 나타나 처녀의 집 문을 두드린다. 2부의 이야기는 정체모를 청년은 8년 전 처녀를 사랑했던 젊은이로 처녀 또한 그를 무척 사랑했다. 허나 여진족인 처녀는 여진족에게 시집가지 않으면 아버지가 교살된다는 얘기에 어쩔 수 없이 머리 깍은 집중(여진족)에게 시집을 가야했고 순이를 사랑하던 청년은 순이가 시집 간 뒤 열흘 뒤 마을을 떠난다. 제3부의 이야기는 그 마을을 떠난 청년이 처녀 순이가 그리워 별안간 마을에 나타나 순이를 만나서 예전의 연애시절로 돌아가자 하나 순이는 남편 때문에 안 된다고 거절한다. 그 때 밀수출을 떠났던 남편은 마적의 총에 맞아 시체로 돌아온다.

『국경의 밤』은 반국판, 총 124쪽이며 한성도서 출판사에서 간행했다. 김억의 서문, 서시(序詩)와 ‘국경의 밤’ 제3부 72장과 ‘북청 물장수’ 등 14편의 시가 수록, 신조어가 많이 보이는 특징도 있다.

김동환(1901~1958)은 함북 경성 출생, 아명은 삼룡(三龍), 호는 파인(巴人). 1913년 경성보통학교 졸업, 1921년 중동학교를 거쳐 일본 동양대학 영문학과 수학, 조선일보 등에 종사, 1929년 종합지 삼천리(三千里), 문예지 삼천리 문학 경영. 금성(1924)에 ‘적성을 손가락질하며’가 추천되어 등단, 1950년 납북, 1958년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집 『국경의 밤』, 『승천하는 청춘』, 『삼인시가집』, 『해당화』가 있다. 시 ‘북청 물장수’와 ‘산 넘어 남촌에는’ 이 유명하다.

그는 초기에는 민족주의 시를 썼으나 30년대에 들어서면서 훼절하였다. 시 ‘권군취천명’ 등을 통해 대동아전쟁을 합리화시키며 조국의 젊은이들에게 일제에 협조하기를 강권하는 친일행위였다. 1949년 2월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에 자수, 당시 언론에서는 그가 삼천리 지에 발표하였던 전쟁협력 논문을 쓴 것은 그 당시의 강압적인 주위환경으로 불가피한 일이었다고 과거의 반민족전쟁협력 사실을 시인하였다라고 보도했다.

그의 초기작품 ‘국경의 밤’을 소개한다. 작품과 삶은 분리하여 평가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작품의 가치는 인정하되, 비판해야할 것은 비판해야 한다는 필자의 생각에서이니, 오해 없으시기 바란다. (국방일보, 2014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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