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동하는 봄의 소리가 들리십니까
- 현대시-조춘(早春)/정인보
- 2014. 03. 02 13:51 입력
‘봄기운과 함께 새로운 생각 펼치길…’ 쉬운 우리말을 활용한 시조작품
이 작품은 ‘신생’ 2권 4호(1929)에 수록된 정인보의 ‘조춘(早春)’이란 작품이다. 주제는 생기가 도는 봄기운에 대한 기쁨이며, 형식은 세 수의 연시조로 된 현대시조다. 첫째 수에서는 이른 봄의 은밀한 기운을, 둘째 수에서는 지상의 부지런한 봄의 기운을, 셋째 수에서는 무기력을 떨치고 봄을 맞는 새 마음을 노래하고 있다.
내용을 풀이해 보면 봄이 왔다고 생각해서 그런지 솔빛이 벌써 더 푸르고, 산골에 남은 잔설도 따뜻한 듯이 보이며, 이웃에서는 벌써 토담집 고치는 소리가 봄 햇살 아래로 들려오는구나. 봄의 소리가 귀에는 들리지 않아도 새싹이 돋고 씨앗이 눈뜨려고 곳곳마다 움직이고 있을 텐데 나비는 왜 아직도 날아올 줄 모르는가.
이른 봄의 고운 기운이 온 세상에 두루 변화를 일으키는데 내 생각이 골똘히 여물 때에는 먼 하늘에 가던 구름도 나를 위해 머무르니 우리 모두 손에 든 붓대만 무능하다 탓하지 말고 새로운 생각들을 펼쳐봄이 어떠하겠는가의 의미다.
쉬운 우리말을 잘 활용해 쓴 시조 작품이다. 정인보가 시조 창작을 시작한 시기는 1926년, 시조 부흥운동이 일어나던 해다. 이 해는 프로문학이 풍미하고 가갸날(한글날)을 제정, 프로문학파와 국민문학파가 대결을 보이던 해다.
1920년대 후반 ‘계명’ 16호에 ‘가신 어머님’을 처녀작으로 발표하면서 시조단에 등단했다. 정인보는 첫 시조집 ‘담원시조’를 상재하던 1948년까지 20여 년 이상 시조 창작활동을 했으며, 작품 수는 37편(369수)으로 알려져 있다. 작품 소재는 어머니와 조국·역사·자연에 관한 것이 많았다. 유명작품으로 ‘조춘(早春)’ ‘자모사(慈母思)’ 등이 있다.
정인보는 민족주의 사상을 주제로 나타나게 하기 위해 역사적 소재를 시어로 많이 활용한 사학자였다. 단군·삼국·고려·조선조·현대사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역사적 주제를 구사해 겨레의 얼을 살리면서 민족혼을 부각시키려 노력했다.
정인보(鄭寅普)(1892∼1950)의 호는 위당(爲堂) 또는 담원(?園)으로 한문학자, 사학자, 시조시인이다. 서울에서 태어났다. 1910년 중국에 건너가 동양학을 공부하면서 신규식·박은식·신채호 등과 함께 동제사(同濟社)를 조직해 독립운동을 벌이는 한편, 교포 계몽에 힘썼다. 1918년에 귀국한 후 연희전문학교·이화여자전문학교·중앙불교전문학교 등에서 국학과 동양학을 강의했고, ‘시대일보’ ‘동아일보’ 등의 논설위원으로 총독부의 정책을 날카롭게 비판했다. 1948년 국학 대학장을 거쳐 초대 감찰위원장이 됐으나 6·25 때 납북됐다.
주요 저서에 ‘담원시조’(을유문화사·1948), ‘조선사연구’(서울신문사·1947), ‘담원국학산고’(문교사·1955), ‘담원문록’(연세대·1967), ‘양명학연론’(을유문화사·1972), ‘정인보전집’(연세대·1983) 등이 있다. 1992년 대한민국 건국훈장이 추서됐다.
그럴싸 그러한지 솔빛 벌써 더 푸르다.
산골에 남은 눈이 다산 듯이 보이고녀.
토담집 고치는 소리 볕발 아래 들려라.
나는 듯 숨은 소리 못 듣는다 없을쏜가.
돋으려 터지려고 곳곳마다 움직이리.
나비야 하마 알련만 날기 어이 더딘고.
이른 봄 고운 자취 어디 아니 미치리까?
내 생각 엉기올 젠 가던 구름 머무나니,
든 붓대 무능타 말고 헤쳐 본들 어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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