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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현대시 100년

김민정의 한국현대시 100년 제10회 - 난초 / 이병기 (국방일보, 2014. 03. 10)

by 시조시인 김민정 2014. 3. 9.

군자의 풍모와 미인의 자태를 뽐내나니…

현대시-난초(蘭草) / 이병기
2014. 03. 09 15:58 입력

난초의 청아한 모습과 맑고 고결한 성품 현대에 사는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게 해


 

 이 시조는 1939년에 발간된 이병기의 ‘가람시조집(嘉藍時調集)’에 들어 있는 난초연작 4편 중 마지막 4편의 두 수다. 예부터 난()은 깨끗한 인품과 고고한 선비의 표상이다. 이 작품에서는 난초가 지닌 청아한 모습과 맑고 고결한 성품을 예찬하고 있다. 난초에 깊은 애정을 갖고 예리한 통찰력으로 묘사하고 있는 이 작품은 작가가 추구하는 고결한 삶의 방식을 난초를 통해 찾고 있다. 현대인의 삶의 자세로 제시해 주는 것이다.

 첫째 수에서는 ‘빼어난 가는 잎새 굳은 듯 보드랍고/ 자줏빛 굵은 대공 하얀한 꽃이 벌고’라며 사실적이고 회화적인 표현으로 난초의 청초한 외모를 묘사하고 있다. 그것은 ‘자줏빛 대공, 하얀 꽃과 같은 표현으로 시각적 대조법을 보임으로써 시각적인 미를 강조하고 있다.

 둘째 수에서는 ‘정(淨)한 모래 틈에 뿌리를 서려 두고/ 미진(微塵)도 가까이 않고 우로(雨露) 받아 사느니라’라고 의인법, 감정 이입적인 표현을 통해 난초의 내면적 본성을 고고한 심성으로 나타내고 있다. 특히 동일한 의미 내용을 초장에서는 직설적으로 표현했다가 종장에서는 상징적으로 표현함으로써 의미 강조와 표현의 다양성을 보이며 현대인에게 삶의 자세를 시사해 주고 있다.

 이병기(李秉岐·1891~1968)의 호는 가람(嘉藍)이며 전북 익산 출생이다. 한성사범(漢城師範)학교를 졸업하고 보통학교 교사를 지내면서 고문헌(古文獻) 수집과 시조연구에 몰두했다. 1925년 ‘조선문단(朝鮮文壇)’지에 ‘한강(漢江)을 지나며’를 발표한 것이 계기가 돼 시조시인으로 출발, 1926년 최초로 시조회(時調會)를 발기해 ‘시조란 무엇인가’ ‘율격(律格)과 시조’ ‘시조와 그 연구’ 등을 신문과 잡지에 발표했다.

 1932년 동아일보에 ‘시조를 혁신하자’며 실감실정(實感實情)의 표현, 취재 범위 확장, 용어의 수삼(數三), 격조의 변화, 연작시조 쓰기, 쓰는 법과 읽는 법 등 6항의 새로운 시조 창작론을 주장했다. 1939년에는 ‘가람시조집(嘉藍時調集)’을 발간했다. 1942년 조선어학회(朝鮮語學會) 사건에 연루돼 l년 가까이 복역하다 1943년 기소유예로 출감 후 귀향해 농사와 고문헌 연구에 몰두했다. 광복 후 상경해 미군정청 편찬과장,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교수를 역임했다. 1948년 ‘의유당일기(意幽堂日記)’ ‘근조내간집(近朝內簡集)’ 등을 역주(譯註) 간행했고 1954년 학술원회원이 됐으며 백철(白鐵)과 ‘국문학전사(國文學全史)’를 발간해 국문학사를 체계적으로 정리 분석하기도 했다.

 이병기는 스스로 삼복을 타고났다고 했는데, 삼복이란 제자복·주(酒)복·화초복을 말한다. 화초복은 난초를 두고 말한다. 난초는 예부터 군자의 풍모와 미인의 자태를 지녔다고 해 많은 문인·묵객들이 사랑했다. 이병기 역시 평생을 난초를 키우며 난초와 더불어 살다간 시인이다. 전북 익산시 여산면 원수리의 수우재(守愚齋)는 이병기의 생가이며, 익산시에서는 해마다 가람백일장과 가람문학상을 제정해 실행하고 있다.

난초(蘭草) / 이병기

빼어난 가는 잎새 굳은 듯 보드랍고


자줏빛 굵은 대공 하얀한 꽃이 벌고


이슬은 구슬이 되어 마디마디 달렸다.


본디 그 마음은 깨끗함을 즐겨하여


정(淨)한 모래 틈에 뿌리를 서려 두고


미진(微塵)도 가까이 않고


우로(雨露) 받아 사느니라.

 

기사사진과 설명

김민정 시조시인·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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