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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가 있는 병영

詩가 있는 병영 193 - 죽림의 주춧돌-이인로<김종연, 2011. 12. 12>

by 시조시인 김민정 2011. 12. 20.

 

사진: 설윤형

 

국방일보 

   

 

 

詩가 있는 병영-죽림의 주춧돌-이인로<김종연>

 / 2011. 12. 12.

 

 

한림별곡 첫 구절에 이름이 오를 만큼
고려의 문신들에게 시문의 전범이 된 그
파한집*, 최초의 시화집 문학사에 새길 내고


 
하루살이 목숨처럼 생명은 기약 없고
무신난 날 선 칼끝 세상을 베고 베도
시심은 우주의 심연 고요하고 깊었다


 
용사를 즐겨 썼으나 모방에만 그치지 않고
뜻 풀고 심상 더해 점화*에 이르렀다
공자의 술이부작(述而不作)을 시작(詩作)의 틀로 삼고

 
 
도잠을 좇았으나 은일을 꿈꾸지 않고
세상과 마주서되 사물에 얽매임 없이
공명은 천명을 기다릴 일, 화귀거래사* 그의 삶


詩 풀이

宇玄   김민정

   *파한집: 이인로가 지은 우리나라 최초의 시화집. 비평문학서로도 가치가 높다.
 *점화(點火): 옛사람의 시구나 의경을 들어 새롭게 고침으로써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해 내는 성공한 용사(用事).
 *화귀거래사: 도연명의 귀거래사를 화운한 작품. 도연명의 ‘귀거래사’는 자연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내용이나 이인로의 ‘화귀거래사’는 현실을 인정하면서 거기에서 정신적 위안을 얻고자 했다.

 고려중기 무신집권기의 문인 이인로는 호는 쌍명재였고, 문벌귀족의 가문 출신으로 일찍 부모를 여의고 정중부의 난을 피해 승려가 되기도 했으나 환속해 문과에 급제해 한림원에 보직하며 중국의 죽림7현을 흠모한 죽림고회를 만들기도 했다. 최초의 시화집인 ‘파한집(破閑集)’을 저술, 한국문학사에 본격적인 비평문학의 길을 열었다. 이러한 이인로를 노래한 이 작품은 최초의 시화집인 ‘파한집’을 만들어 시문의 전범이 됐다며 그의 업적을 찬양하고 있다. 이 작품의 마지막 수에서는 도잠(도연명)을 좇아 도연명이 썼던 귀거래사를 모방하면서도 현실도피가 아닌 현실에서의 정신적 위안을 찾고자 한 그를 ‘도잠을 좇았으나 은일을 꿈꾸지 않고 / 세상과 마주서되 사물에 얽매임 없이 / 공명은 천명을 기다릴 일, 화귀거래사 그의 삶’이라며 옛 문인의 삶을 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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