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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가 있는 병영

시가 있는 병영 190 - 홍천 가는 길 (김일연, 2011. 11. 21)

by 시조시인 김민정 2011. 11. 29.

 

 

 

 

국방일보 

   

 

 

詩가 있는 병영 - 홍천 가느 길 <김일연> 

 / 2011. 11. 21.

 

 

강원도 깊은 산이 누지근히 홀러온다
치열했던 전투의 생생한 이야기가
는개 속 이무기 되어 꿈틀대는 말고개

그 고개 바라보며 곤한 길이 쉬는 곳
한 모라기 저녁연기 꺾이어 나지막이
파랗게 그대 눈길 따라 흩어지는 가겟방

사람들 두어서넛 탁배기 잔 돌리고
낡은 상엔 방금 내온 청국장이 끓는데
문밖엔 적막 강산이 길눈으로 쌓인다

몬 산다 가스나, 누가 눈을 턴다
공기통 반절 열린 단 쇠 난로 속에
통나무 쪼갠 가슴팍 튀어 오르는 불꽃

사랑한다 사랑한다 못다 한 통곡이
불티로 피멍울로 허공 중에 흩어진다
터질 듯 막힌 소리가, 물이, 끓고 있다


詩 풀이

宇玄   김민정
강원도 산골 홍천의 이야기가 잔잔히 잠겨 있는 시다. ‘누지근히’란 말이 이 시의 전체 분위기를 이끌고 있다. 조금은 눅눅하게 느껴지는 시다. ‘치열했던 전투의 생생한 이야기가 / 는개 속 이무기 되어 꿈틀대는 말고개’라고 한다. 우리나라 어느 산, 어느 골짜기 전쟁의 상흔이 없는 곳이 있을까만 다시 한번 상기되는 전투의 치열함이다.

 

그 고개 바라보이는 곳에 탁배기 잔 돌리며 쉬어갈 수 있는 가겟방이 있다. 화자가 이곳을 찾은 날은 눈이 오는 날이고 청국장이 끓고 있는 가겟방에서 내다보는 문밖의 풍경은 적막 강산에 눈만 쌓이는 고즈넉한 풍경이다.


 넷째 수에 오면 이러한 풍경 속에 ‘누가 눈을 턴다’고 한다. 눈의 차가움을 털어내고 ‘공기통 반절 열린 단 쇠 난로 속에 / 통나무 쪼갠 가슴팍 튀어 오르는 불꽃’으로 따스한 풍경이 연출된다. 그리고 마지막 수에 오면 ‘사랑한다 사랑한다 못다 한 통곡이 / 불티로 피멍울로 허공중에 흩어진다 / 터질 듯 막힌 소리가, 물이, 끓고 있다’고 한다. 시원하게 터트리지 못하는 사랑의 모습이 ‘터질 듯 막힌 소리’로 표현되고, 그러면서도 물이 끓듯 내면에서의 사랑이 뜨겁게 끓고 있는 것을 표현해 사랑의 애절함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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