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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가 있는 병영

시가 있는 병영 189 - 해-바래기(김선화, 2011. 11. 14)

by 시조시인 김민정 2011. 11. 12.

 

 

 

 

 

국방일보 

   

 

 

詩가 있는 병영 - 해-바래기 <김선화> 

 / 2011. 11. 14.

 

 

 

 

 

반지하 지하셋방 창가에 핀 제라늄


세상 환해지라고 온몸으로 얘기하듯


분홍꽃

서넛 송이가 분을 돌며 피어난다




"어허! 요놈 여간 예쁜 게 아니네"


꼬불꼬불 좁다란 길 구부정한 실루엣


백발의

깊은 주름에도 햇살 출렁, 고인다

 
詩 풀이

宇玄   김민정

   꽃이 피는 곳은 어디든 아름답다. 지하셋방 창가든, 부자집 안방이든, 시골 길가든…. “세상 환해지라고 온몸으로 얘기하듯” 피어나는 작은 제라늄. 온몸으로 얘기하며, 온몸으로 웃으며 세상 속으로 꽃은 피어난다. 세상을 향해 환하게, 뜨겁게 웃는다. 작은 꽃 한 송이가 세상을 환히 밝힌다.

 그것이 꽃이 가진 강한 생명력이며, 꽃이 가진 매력이며, 꽃이 줄 수 있는 전부인 것이다. 물론 보는 이의 입장에 따라, 기분에 따라, 순간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기도 하겠지만…. 그것을 보는 인간은 대체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예쁘다고 느끼고 기쁨을 느낀다.

 골목의 꼬불꼬불 좁다란 길로 허리 굽은 노파가 지나가다 그것을 바라본다. 누군가의 눈길이 닿아 아름다움이 발견되는 순간이다. 그 순간 꽃도, 그리고 백발의 깊은 주름살에도 햇살이 출렁이며 고인다. 노파의 미소가 번진다. 서로의 아름다움이 교차하는 순간이다. 순간 세상은 햇살이 출렁이며 또 한 번 아름다움이 핀다. 서로의 생명이 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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