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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가 있는 병영

詩가 있는 병영 186 - 사북<김진길, 2011. 10. 24>

by 시조시인 김민정 2011. 10. 25.

 

 

 

 

국방일보 

 

 

 

詩가 있는 병영 - 사북 <김진길> 

 / 2011. 10. 24.

 

 

 

바람이 불자 빗장  풀린 잡풀 사이로

 

빛과 어둠, 경계에 선 폐광의 문이 열리고

 

멈춰선 갱차 몇 량이 녹슨 레일을 밟고 온다

 

 

탄부의 검은 폐부, 그 중심을 관통할 때

 

화찬의 낡은 관절이 터뜨린 붉은 잭팟,

 

무너진 갱목 더미엔 쿨룩이는 절망 한 사발

 

 

까맣게 절은 땅은 볕을 쬐도 눅눅한가


 

안도의 숨을 쉬던 어둠의 맨 끝자락

 

지상의 궁문 앞에는 탐욕의 성(城)이 서고


 
먼저 간 탄부들이 깃발로 오르는 언덕

 

걸음 한 번 휘청하면 막장 같은 길이 있어

 

가끔은 매몰된 꿈이 만장처럼 펄럭인다

 

 

 

  

詩 풀이

宇玄   김민정

  광부들의 삶이 한창이던 정선의 사북. 지금은 카지노로 바쁜 곳이다. 시인은 그러한 모습을 첫 수에서는 ‘빛과 어둠의 경계에서 폐광의 문이 열리고, 갱차 몇 량이 녹슨 레일을 밟고 온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빛과 어둠은 갱 안에서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광부들의 폐광 후의 새로운 삶을 위해 카지노가 생겼지만, 그곳에서 다시 빛과 어둠이 시작되는 것이다. ‘까맣게 절은 땅은 볕을 쬐도 눅눅한가’라고 묻는 시인, 안도의 숨을 쉬던 어둠의 맨 끝자락엔 다시 탐욕의 성(城)이 서는 것을 날카로운 시인의 시선으로 바로보고 있다.

 60~70년대 이 땅의 산업의 역군이었던 탄부들이 힘들게 오르던 삶의 길처럼 지금의 카지노에도 걸음 한 번 휘청하면 생이 곤두박칠치는 ‘막장 같은 길’이 있다. 카지노를 찾는 사람들, 그들은 꿈을 찾아 떠나지만 매몰된 꿈이 더 많고, 그리고 그렇게 매몰된 꿈이 가끔은 만장처럼 펄럭이고 있음을 시인은 이 작품에서 지적하고 있다.

 생은 성실하게 한 계단씩 걸어오를 때 가치가 있는 것이지, 일확천금을 꿈꾸는 탐욕의 성을 쌓게 되면 막장 길이 될 수도 있음을 경계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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