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공원 몽촌토성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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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전원 끄고 행선지도 불분명한
낙엽이 굴러가듯 맘따라 발길 주면
고독이 쓸리는 길로 생각 하나 숨어든다
산책로 허리 자른 출입금지 붉은 푯말
이승 저승 구분 짓듯 높은 산이 가로막고
잡새들 경을 외우다 깃털 툭 떨구고 간다
마음을 접고 보니 무인도가 따로 없다
눈 감아도 다 보이는 물빛 깊은 이 가을날
닻 올린 거룻배 한 척 삐걱대며 가고 있다
詩 풀이
宇玄 김민정 |
가을은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계절이다. 봄에 돋았던 나뭇잎들이 낙엽이 되어 한 잎 두 잎 떨어지는 것을 보면서 돌아간다는 것을 생각하고 힘을 새롭게 축적해 봄을 틔울 생각을 해 보게 되는 것이다.
이 시의 화자도 지금 ‘낙엽이 굴러가듯 맘따라 발길 주면 / 고독이 쓸리는 길로 생각 하나 숨어든다’고 한다. 복잡다단한 현실과 외부와의 접촉을 단절하고 자신에 대해 깊은 사색에 잠겨보는 계절이 가을이기도 하다.
외부와의 접촉을 단절하고, 마음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욕망을 접으면 ‘마음을 접고 보니 무인도가 따로 없다 / 눈 감아도 다 보이는 물빛 깊은 이 가을날 / 닻 올린 거룻배 한 척 삐걱대며 가고 있다’는 상태가 되는 것이다.
고요한 사색 가운데 우주 속의 작은 점 하나 같은 자신을 발견하게 되고 우주의 이치, 삶의 이치가 보인다. 그런 가운데 돛도 달지 아니한 작은 배 한 척이 삶의 바다를 건너고 있는 것을 깨닫게 된다. 비록 삐걱대는 작은 배일망정 이미 닻을 올렸기에 망망대해 같은 생의 바다라 할지라도 헤쳐가야만 하는….
가을날 시인의 깊은 사색과 생에 대한 겸손이 엿보이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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