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김영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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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것이 너를 보내는 마지막 자리라면 은유나 상징으로 눈 감은 채 건너고 싶다
에둘러 돌아간 자리
남아 있는 말줄임표
2
아마 날고 싶은 꿈은 수억 년 전이었으리 트라이아스기에서 백악기까지 날던 익룡(翼龍)
우항리(右項里) 물갈퀴새 발자국
햇살들도 울고 있다
3
누가 너를 감춰뒀다 메아리로 풀어놓았을까 바닥의 삶이라도 우화하는 꿈의 날개
사람들 저녁 하늘을 보며
일순 평안해진다
詩 풀이
宇玄 김민정 |
우항리 물갈퀴새 발자국을 보면서 해 본 상상, 이 지구상에 인간이 살기 이전부터 새는 살았던 것일까? 지구상에 살다가 사라져간 공룡들. 그 새들은 왜 멸망하게 된 것일까? 그 발자국들이 남은 곳에서 화자는 공룡, 익룡들이 에둘러 돌아간 자리, 그 이유를 생각해 보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너를 보내는 마지막 자리라면 은유나 상징으로 눈 감은 채 건너고 싶다’고 한다. 그들이 에둘러 돌아가고 의문만 남긴 말줄임표를 우리 후대의 인간들은 풀어보려 한다.
익룡이란 트라이아스기에서 백악기까지 살았던 날아다니는 파충류다. 새와는 달리 글라이더처럼 바람에 몸을 맡기는 방법으로 날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아마 날고 싶은 꿈은 수억 년 전이었으리’라는 시인의 표현 속에는 바람의 힘이 아니면 날 수 없었던 파충류였던 익룡까지도 날고 싶었던 욕망, 남겨진 그의 발자국을 보면서 그 욕망을 이해하기에 햇살들도 울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숨겨져 있던 그들의 발자국이 발견된 것을 시인은 ‘누가 너를 감춰뒀다 메아리로 풀어놓았을까. 바닥의 삶이라도 우화하는 꿈의 날개’로 표현한다. 바닥에 찍힌 새 발자국을 보면서 비상을 꿈꿨던 새를 상상한다. 비록 바닥의 삶일지라도 우화하는 꿈의 날개를 꿈꾸며 사는 인간의 욕망이나 다를 바 없다.
마지막 연의 종장에서는 그러한 수억 년 전의 파충류에게도 바람에 의지할망정 날고 싶었던 욕망이 있었다는 걸 이해함으로써 인간의 욕망을 이해하고 평화를 느껴보는 인간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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