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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가 있는 병영

시가 있는 병영 192 - 길을 가다가<김민정, 2011. 12. 05>

by 시조시인 김민정 2011. 1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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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윤형  

 

 

국방일보 

   

 

 

詩가 있는 병영 - 길을 가다가(宇玄 김민정)

 / 2011. 12. 05.

 

 

어디쯤에 와 있는가
성에가 자욱한 아침
사는 일에 바빠서

쳇바퀴만 돌리다가
아득히 

짚어보는 나의 자리
그리고 너의 자리
 


그대는 나를 잊고

나 또한 그대를 잊고
안개에 젖어가듯

인생에 젖어가며
그렇게 

이 아침을 살아가리
첫사랑 그대는

 
눈앞에서 사라지는

무수한 발걸음 속
그대의 발걸음도

어느 하나이리라
턱없이

약속도 없이
다가왔다 가는 얼굴

 

 

 

  

      詩 풀이

宇玄   김민정

 세월이 화살 같다고나 할까? 월요일인가하면 어느새 토요일이 된다. 정신없이 세월의 꽁무니만 쫓다가 일주일이 가고, 일 년이 가고, 일생이 간다. 쳇바퀴 같은 세월 속에 어느 날 출근시간 문득 내 앞에서 무수히 종종거리며 사라지는 발걸음들을 바라보며 내가 알던 사람들, 사랑했던 사람들의 얼굴을 떠올려 본다. ‘저런 속에 내가 사랑하던 사람들도 섞여 있겠구나’라는 생각…. 이름도, 얼굴도 희미하다. 어쩌면 예전에 알던 사람들을 무심히 스치면서 모른 체 지나쳐 갔을지도 모른다. “안개에 젖어가듯 / 인생에 젖어가”면서 말이다.

 예전 서머셋트 모음의 ‘레드’라는 단편소설을 읽으며, 젊은 날 한때 뜨겁게 사랑하던 사람을 오랜 뒤에 만났을 때 아무런 감정도 없이 물끄러미 서로가 바라보는 장면이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이제 조금 이해가 될 듯하다.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이란 시가 생각나는 계절이다. 세월은 모든 것을 망각하게 하는 것일까? 설령 그렇더라도 오늘도 나는 내가 만나는 사람들과 사물들을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사랑하며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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