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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가 있는 병영

시가 있는 병영 175 - 피데기의 노래 <이옥진, 2011. 7. 18>

by 시조시인 김민정 2011. 7. 16.

 

송도바닷가(이옥진 시인)

송도바닷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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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목포 순희의 생선 까페, 피데기

 

국방일보 

 

 

 

詩가 있는 병영 - 피데기의 노래 <이옥진> 

 / 2011. 07. 18.

                     그래도 조금은 더 남겨놓고 싶었어

동해의 푸른 파도와 갈매기 날개짓도

흰 포말 그것도 조금은 숨겨두고 싶었어

 

찬바람 맞으면서 밤 새워 생각했지

아침 해 불쑥 솟아도 눈 깔고 외면해야지

짠 눈물 조금이라도 남겨둬야 하니까

 

날 때부터 지금까지 온 몸에 어룽이던

무지개빛 꿈들조차 조금씩 말라붙겠지

그래도 하얀 배 흔들며 파도 따라 웃을 거야

 

불 위에 올라가도 바로 춤추진 않겠어

은근한 갈매기 날개짓 다시 한 번 떠올리며

저물녘 어느 식탁에 사뿐히 내려 앉을래

 

                   *피데기: 반쯤 마른 오징어

 

       詩 풀이

宇玄   김민정
 
 
이 작품의 화자는 피데기이다. 분명 자기가 살던 넓은 바다에서 사람에 의해 잡혀 피데기로 만들어지고 있지만 사람을 원망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하나의 과정을 숙명처럼 받아들이며, 살던 바다에 대한 그리움과 함께 조금은 더 아름다움을 간직하려 노력한다.

  인간의 입장에서 본다면 바짝 말리기보다는 먹기 좋으라고 반쯤 말리겠지만 이 작품의 화자인 피데기는 ‘불 위에 올라가도 바로 춤추진 않겠어/ 은근한 갈매기 날개짓 다시 한 번 떠올리며/ 저물녘 어느 식탁에 사뿐히 내려 앉을래’라며 주체적인 입장에서 받아들이고 생각한다.

  사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조물주의 입장에서 본다면 인간이란 유한한 생명을 가지고 있는 보잘 것 없는 생명체일지도 모른다. 마치 인간이 피데기를 바라보듯이 바라볼 지 모른다. 그러나 인간은 이 시의 화자인 피데기처럼 주체적인 입장으로 자기 삶을 아름답게 가꾸려 노력하는 존재들이다.

  인간들은 얼마나 많이 자기 입장에서만 타인과 사물을 바라보고 있는 것일까. 상대방의 입장에서, 사물의 입장에서 생각해 본다면 상대방에 대한, 사물에 대한 이해의 폭은 그만큼 넓어질 것이다. 우리 모두 소중한 존재인 것도 이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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